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 돌연 사의… 금융권 ‘술렁’…‘포스트 김승유’는


지난 1월 11일 금융가는 갑자기 터져나온 ‘빅뉴스’에 술렁거렸다. 하나금융지주의 김종열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갑작스레 사의를 밝힌 것. 김 사장은 포스트 김승유 회장 체제의 대표 주자였기에 충격은 더했다. 김 사장이 밝힌 돌발 사퇴 이유는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와의 협상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문제, 산업자본 논란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고 외환은행 노조와도 매끄러운 협상을 이끌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이다.

김 사장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를 희생양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김 회장의 퇴진을 압박했고 이에 김 사장이 대신 희생됐다는 것. 하지만 김 사장 자신이나 김 회장 모두 “대의를 위한 희생을 왜곡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애초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금융 당국의 승인이 지난해 5월까지는 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2월 29일까지 승인을 받지 못하면 자칫 인수 자체가 물 건너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은구기자egkang@hankyung.com 2011.12.4

김 사장의 입장에선 ‘살신성인’이지만 워낙 갑작스러운 사임이라 향후 후계 구도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설(說)이 불거지는 게 사실이다. 김 회장은 올해 만 68세다. 지난해 마련된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라 만 70세까지 최장 2년간 연임할 수 있다. 오는 3월에 예정된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데, 외환은행 인수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연임을 포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회장 자신도 “연임을 포기했다는 항간의 얘기는 잘못된 것이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받은 다음 내 거취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인수 성공 시, 김 회장 연임 가능성 커

문제는 와환은행 인수가 불발로 그칠 때다. 이러면 김 회장의 거취는 자연스레 퇴임 쪽으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1년 정도 연임한 후에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재 차기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들은 김 사장과 김정태 행장,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 등이다. 일부에선 3월 주총에서 김 회장이 물러난다면 김 사장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치사하게 굴지 않는다. 한 번 나가면 절대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김 사장이 사실상 레이스에서 탈락한 가운데 주목 받는 이는 김 행장과 윤용로 부회장 등이다. 하지만 김 행장은 영업통이라는 약점이, 윤 부회장은 차기 외환은행장 내정과 관련해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가운데 제3의 외부 인사 영입에도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김 회장은 2010년 어윤대 현 KB금융지주 회장을 찾아가 하나금융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외부 인사 영입과 관련한 또 다른 소문은 기획재정부나 금융감독원 등 관료 출신이 금융지주 사장으로 영입될 것이란 소문이다. 금융 당국의 인수 승인 결정이 난항을 겪자 론스타 쪽에서 불만을 표했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이른바 ‘모피아’ 선물용으로 자리를 준비했다는 설이다. 김 회장은 금융 당국 압박 등의 소문에 대해 “터무니없는 얘기이자 근거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하나금융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라 경영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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