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화 매입 붐' 열도 여심 홀려…1온스짜리 인기

예로부터 하 수상한 시절엔 금이 최고다. 최근 금 투자 열기가 뜨거운 이유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금 매입 추세는 금융 위기 이후 지속적이다. 다만 최근 양상은 좀 다르다. 그간 집 안에 보유했던 금붙이를 차익 실현, 비용 벌충 차원에서 매각하던 데서 요즘엔 ‘현금→금화’의 재투자 열기로 번졌다. 특히 10만 엔대면 사는 1온스짜리 금화가 인기 절정이다. 귀금속 전문 업체인 ‘다나카귀금속’에 따르면 2011년 1~11월 금화 판매는 22만 개로 집계·발표됐다. 2010년 판매치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 중 70%가 1온스짜리 금화다.


소액·분산 투자의 메리트 ‘부각’

금화의 인기 배경은 불안감으로 요약된다. 경기 불투명성과 함께 일본 경제의 부정적인 미래 전망이 금화 수요를 자극한다. 당장 유럽 국가의 채무 문제로 세계적인 경기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뺄 수 없다. 연금 문제도 장래 불안과 관련해 금화 인기를 부추긴다. 물론 금은 주식 등과 같이 가격 변동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우려와 경기 침체(재정 압박) 압박이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지금이야 비정상적인 엔고지만 언제 종잇조각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주력 고객은 여성이다. 가능한 범위에서 금을 구입해 두려는 수요가 꾸준하다. “처음으로 금을 사는 신규 고객이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길게 보면 여성은 연금 수령에 가장 취약한 데다 젊을수록 노후 불안이 더 큰 까닭이다. 불안을 먹고산다는 금 특유의 위용이 여성 그룹에서 부각된 셈이다. 금화 가격이 하향·세분화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고 장래에 소량씩 판매하면 노후 생활비로 제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소액·분산 투자의 메리트 부각이다. 투자와 취미로서 수집 가치가 있고 취직·결혼 등 의미 있는 선물로도 여심을 사로잡는다. 일부지만 거액 자산가는 재산 분할, 상속 차원에서 금화를 대량 구매하기도 한다.

금화를 주조·판매하는 미국·호주 등은 금화 수요의 이상 열기에 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판매량이 늘면서 초과 수요에 따른 판매 중지가 일상적이다. 희귀성 자극이다. 주로 캐나다(메이플리프금화), 호주(빈금화하모니·캥거루금화), 미국(이글금화, 버펄로금화) 등의 금화가 거래된다. 발행 국가가 중량·품위 등을 보증해줘 신뢰도가 높다. 시중 판매 중인 금화 크기는 크게 4종류다. 골드바는 그램(g) 단위지만 금화는 온스(oz) 단위다. 1온스(31g)를 필두로 2분의 1온스(15.5g), 4분의 1온스(7.7g), 10분의 1온스(3g) 등이 주류다. 금화의 인기가 일반화되면서 20분의 1온스(1.5g)짜리 저가 금화도 구매 열기가 뜨겁다. 빈·메이플리프 등 1온스짜리 금화는 현재(2012년 1월) 15만 엔 안팎에 거래 중이다. 2년 전보다 40~50% 급등한 수준이다.

세간의 화젯거리로 등장하면서 금화는 캠페인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상품선물회사 ‘선워드무역’은 2011년 연말 한정으로 신규 계좌 개설자에게 2분의 1온스 금화를 선물로 줘 화제를 모았다. 초도 입금 100만 엔에 1회라도 거래하면 주어진다. ‘문예춘추’ 계열 잡지인 ‘CREA’는 독자 설문 화답 선물로 상품권(전국 백화점 공통 상품권)과 함께 금화를 나눠줬다.

1만5000엔 상당의 10분의 1온스 금화가 지급됐다. 금화 100~500개를 한 상자에 넣어 ‘천량(千兩)상자’로 불리며 판매되는 특이 상품도 있다. 금화를 보관하는 전용 케이스도 덩달아 인기다. ‘골드파크’는 호주의 캥거루금화 1온스짜리 5개가 들어가는 전용 케이스를 100개 한정 판매로 내놓았다. 다만 금화 열풍엔 딜레마가 존재한다. 안전 자산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변동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금값 추세가 꼭지를 찍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불안 악재가 사라지면 금값의 하향 안정세는 불가피하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