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 개선·홍보 효과 ‘굿’

독일 기업 박물관 성황

“기업의 역사를 전시한 기업 박물관을 최고의 광고 자산으로 활용하라.”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최근 “독일 주요 기업들이 기업 박물관을 기업 홍보(PR)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기업의 역사를 정리하고 사내 홍보와 정체성 확립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 박물관이 많을 때는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부각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 마케팅 수단으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유명 기업 박물관은 유명 미술관과 경쟁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업 박물관 건립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BMW박물관은 지난해 55만 명이 방문, 문화 도시 뮌헨에 있는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제치고 도시 내 방문객 수 2위 박물관에 선정됐다. 전년에 비해 방문객 수는 5만 명 이상 늘었다. 뮌헨에 있는 세계적 기술 박물관인 도이체스무제움에 이어 최다 방문 장소가 된 것이다.

뮌헨의 다른 문화 명소인 렌바흐하우스나 슈타츠오퍼, 프린츠레겐텐테아터 같은 전통적인 문화 공연 전시 시설을 찾기보다 자동차 제조업체 BMW의 자동차들이 전시돼 있는 기업 박물관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자연스럽게 BMW에 대한 홍보 효과가 늘면서 8000만 유로의 기업 박물관 건설비용은 “그리 아깝지 않게 됐다”는 게 한델스블라트 측의 분석이다.

BMW보다 앞서 기업 박물관을 운영했던 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화려하다.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다임러박물관은 매년 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역시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포르쉐박물관은 2009년 2월 개관 이후 100만 명의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 박물관에 대한 홍보 효과가 높고 상업적으로도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유수의 독일 기업들이 기업 박물관 건립에 나서고 있다. 루르 지역에 있는 산업 박물관뿐만 아니라 밀레·슈타이프·렘츠마·메르클린·아디다스 등의 업체들이 박물관에 자신들이 수십~수백여 년 동안 만들어 온 제품들을 전시하고 나섰다.



관람객 수, 전통 박물관 앞질러

디터 로이트홀트 브레멘대 교수는 “어느 기업이 창립 100년이 돼 그간 만들어 온 제품을 전시하기만 해도 기업들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며 “기업과 지역사회 간 소통의 수단으로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과 나치 시절 부역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은 일부 기업들은 기업 박물관을 통해 ‘역사적 사죄’를 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보기도 한다. 폭스바겐은 유명 역사학자들을 통해 나치 지배 시절 동유럽 국가 시민들과 유태인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했던 부끄러운 과거를 그대로 밝히는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박물관에서 관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폭스바겐 측 활동은 동유럽 지역에서 독일을 방문한 관광객들을 통해 폭스바겐에 대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일부 기업들은 첨단 기술력을 과시하는 현장으로 기업 박물관을 활용하고 있다. 화학 업체 헨켈은 ‘연구 세계’라는 이름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어린이들이 체험 교육을 통해 화학제품의 원리와 효과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지난해엔 초등학교 교사 70명을 초청해 ‘즐겁게 배우는 화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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