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선물 등 파생상품은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가격 하락 시에도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여러 가지 파생상품을 조합해 다양한 투자 전략이 가능하다.
재정 위기의 확산으로 세계경제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한겨울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투자자들은 길을 잃고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투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역경을 헤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 투자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작년부터 국제 농산물 가격과 수요가 증가한 원유 값이 상승세를 보이며 대안 투자로 원자재가 떠오르면서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자재에 대한 투자 대상이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등에 집중돼 있을 뿐 아직까지도 해외 선물, 특히 원자재 선물 투자에 대한 관심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선진국은 이미 기관투자가들의 원자재(Commodity) 선물 투자가 보편화돼 있다. 미국은 2004년 도입 이후 2010년까지 자산 규모가 1010억 달러가 넘었고 지난 2년 동안 원자재 투자의 순자산 규모는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 재정 위기의 향방을 가늠하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지만 원자재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작년 말 ‘글로벌 원자재 포럼(Global Com-modity Forum)-2012 시장 전망(2012 Market Outlook)’에서 강사로 나선 JP모건 국제 에너지 리서치연구소의 제프 브라운 박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도 2012년 역시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브렌트유와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을 배럴당 115달러, 97.50달러로 예측했다.
비철금속 시장을 전망한 트라일랜드 메탈의 재스퍼 크롤리 연구원은 “현재의 유럽 재정 위기가 심화되지 않는다면 2012년 구리 가격(연평균) 전망치는 톤당 8000~9000달러에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귀금속 시장을 전망한 스티브 머튼 연구원도 “최근의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및 정치적 우려 속에서 안전 자산으로서 금값은 온스당 1940~212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을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 침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기업 주식의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침체에 따른 물가 상승 시기에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 원자재 선물의 매수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원자재 선물 투자는 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
원자재와 같은 선물 투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되고 그 가격도 국제 시세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해졌다.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가 되는 WTI 선물을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안 투자를 찾기 위해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나서 새로운 상품에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김종빈 이트레이드증권 법인영업사업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