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설레게 하는 건 텅 빈 무대죠”

뮤지컬 무대 디자이너 서숙진

2012년 2월부터 공연되는 뮤지컬 ‘엘리자벳’은 벌써 많은 뮤지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 중 하나다. 합스부르크 왕가 역사상 가장 아름다웠던 황후 ‘엘리자벳’의 운명적인 사랑과 드라마틱한 삶을 그려내는데, 황실 결혼식과 무도회, 왕의 대관식 등이 무대 위에 재현되는 만큼 유난히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장면 전환도 많아 디자이너로서는 꽤 어려운 작품이죠. 시대적이고 고전적인 라인을 따라가되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려내고 있어요. 다양한 복선들은 장면 중간마다 매직적인 요소와 특수 효과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고요.”

많은 이들이 기대해 마지않는 ‘엘리자벳’의 무대를 맡은 서숙진 디자이너는 국내 최고의 무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녀는 다양한 작품에서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디테일이 살아 있는 무대를 선보여 왔다. 수없이 많은 작품을 통해 많은 뮤지컬 관객들에게 꿈과 환상의 공간을 펼쳐 보였지만 정작 그녀를 가장 설레게 하는 건 텅 빈 무대다.

“처음 무대 디자인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탈리아 유학 당시 보게 된 빈 무대에 반해서였죠.(웃음)”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꿈꾸던 그녀의 마음을 한순간에 휘어잡을 정도였던 ‘빈 무대’의 매력은 십수 년이 지났지만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뮤지컬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

“예전에는 무대 셋업 첫날이면 항상 다른 스태프들보다 먼저 가서 빈 무대를 보며 설렘도 느끼고 두려움을 다스리기도 했어요.” 혼자만의 작업이 아닌 만큼 언제나 작업 결과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뮤지컬은 무대와 조명, 배우와 안무, 의상과 소품들이 모두 더해져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작품이에요. 조화가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그녀는 “무대가 아름답다”라는 관객의 칭찬보다 “작품이 좋다”라는 칭찬이 훨씬 더 반갑다. 매 작품을 통해 ‘서숙진 스타일’의 무대를 완성해가기보다 하나하나의 작품에 맞는 스타일을 창조하고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대본과 음악을 받으면 먼저 시대적 배경 등 철저한 자료 조사와 작품 분석에 들어가요. 그 후 이미지 스케치를 하고 연출 및 그 외 스태프들과 콘셉트에 대한 토론을 거쳐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죠. 관객의 칭찬 외에 그녀를 기쁘게 하는 칭찬이 또 있다. 바로 그녀가 만든 무대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의 평가다. “배우들이 ‘무대가 좋다’고 칭찬해 주는 건 결국 연습하는 동안 그들이 가졌던 이미지와 가까운 무대, 그들이 공연하기에 편한 무대를 만들었다는 얘기니까요.”

이렇듯 배우와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무대를 만들어 내려면 당연히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대 디자인은 조율과 체크의 연속이에요. 작품을 받아든 순간부터 세트 제작에 이르기까지 조율하고 체크해야 할 게 하나둘이 아니죠. 요즘은 특히 ‘엘리자벳’의 무대 세트 제작에 들어간 상태라 한층 더 회의와 제작 과정 조율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남자들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벅찬 일정을 소화하지만 그녀의 작품 욕심은 여전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인생에 남을 만한 작품들을 더 만나고 싶거든요. 제 욕심이 많은가요?(웃음)”

약력: 서울여대 산업디자인과 졸업. ‘햄릿’, ‘몬테크리스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뮤지컬 어쌔신’, ‘오즈의 마법사’, ‘대장금’, ‘햄릿’, ‘클레오파트라’, ‘삼총사’ 외 다수 무대 디자인. 제11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 디자인상 수상.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