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고착 시대, 4가지 전략]자산 운용, 은퇴 전략에 맞춰 ‘재설계’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임진년이 밝았다. 60년 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라고 하지만 경제를 둘러싼 제반 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의 저성장 문제는 복지와 일자리 문제와 맞물려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나라든지 20~30년 이상 고성장을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느 시점이 되면 저성장 국면에 빠져드는 것이 선진국들의 경험이다. 고성장 국면에선 건강보험과 연금 등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더라도 일자리가 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그 부족함을 해결해 나간다. 사람들도 자신의 부모 세대보다 더 잘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열심히 일한다. 일자리와 소득의 증가로 정부의 재정도 튼튼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 주춤한 성장세에 비례해 일자리가 줄어든다. 소득도 양극화가 일어난다. 부동산 등 자산은 증가하지만 소득의 양극화와 발맞춰 자산 시장에서도 차별화가 급격하게 진행된다. 양극화가 고령화 문제와 맞물리면 정부의 재정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지만 퇴직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50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강제로 떠밀려 자영업자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50대 창업률이 급격히 높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일 자영업에 실패하면 이들은 급속히 중산층에서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자리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

저성장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 세대 간의 갈등도 표면화된다. 고성장 국면에선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일자리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성장으로 일자리 창출이 어렵게 되면 부모와 자녀 세대 간의 일자리를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다.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50대 취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반비례해 청년층의 취업률이 1%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운용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고성장 시대에는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당연히 가격도 오른다. 레버리지를 통해 주택을 마련하고 투자하는 것이 유용한 투자 전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으로 바뀌면 레버리지 전략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고착된 저성장 국면에선 어떤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첫째, 레버리지 즉, 부채가 없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빚을 내 집을 마련하고 투자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다. 소득도 늘기 어렵고 일자리도 많이 늘지 않기 때문에 저금리라고 하더라도 상환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일상화하기 때문에 부채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둘째, 오래 일할 수 있는 자신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인생 100세 시대에는 늘어난 수명만큼 일해야 한다. 또 몇 개의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일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늘어난 수명에 발맞춰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그 어떤 투자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셋째, 기대 수익을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수익 구조에 익숙한 투자 패턴을 갖고 있다. 사실 부동산이나 주식도 몇 배 오르는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이런 패턴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성장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펀더멘털의 변화다. 지난 10여 년간자산 시장의 황금기를 기대하면서 투자하는 것은 제 스스로 리스크를 키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넷째, 자산 운용을 은퇴 전략에 초점을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주택 마련이나 자녀 교육을 위해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지금까지의 자산 운용 방식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갈 것이다. 앞으로는 은퇴 이후의 삶에 맞춰 자산을 배분하고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자산 운용의 목표가 될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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