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동료들과 함께하는 삶

아버지는 원양어업 회사의 해외 지사장이셨다. 그 덕분에 어릴 때 나는 스페인에서 살았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참치를 잡았던 아버지는 어린 남매들에게도 당신이 직접 경험했던 세계 각국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국제무대에서 네가 가진 능력을 마음껏 펼쳐보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해외 지사장은 회사로 치면 대표이사와 같다. 선장과 선원의 애환을 달래며 이끌어 가야 하는 책임자인 것이다. 아버지는 함께 배를 타는 직원인 선장·선원들과 정말로 ‘한 배를 탄 처지’로서 직장 동료 개개인의 능력을 강조하셨다. 즉 평범한 동료와 후배를 인재로 키우는 것이 곧 회사의 비전이라고 여기셨던 것이다. 마도로스로서의 삶을 살며 실천했던 동료와 더불어 함께하는 삶은 지금 내가 한 회사의 대표로서 직원과 회사를 이끌어 가는 데 중요한 삶의 방향이 됐다.

평소 무뚝뚝하셨던 아버지는 우리 삼남매에게 늘 엄격했고 다정한 대화는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끔 거나하게 한잔 걸치신 후 직원들을 이끌고 집에 오실 때에는 동료이자 선원이었던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강조하는 잔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국 만리에서 생활하는 단순한 뱃사람이 아니라 향후 진로나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한 어학 능력 배양, 인생관 등에 대해 하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너무 지나친 간섭을 한다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일까. 회사를 운영하면서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동료애의 원칙을 그대로 전수하려고 애쓰는 나를 보게 된다. 직원들로 하여금 실력을 키우게 하고 회사의 부품이나 종업원이 아니라 시간이 되는 대로 그들과 대화를 통해 내가 추구하는 동료애를 나누려고 노력해 왔다.

아버지처럼 직원들에 대한 교육 투자와 자기 계발의 독려가 회사의 지속적인 경영과 미래의 성공 열쇠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고 했다. 나 역시 항상 이 말을 되새기고 있다.

현재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IMC 전문 에이전시를 지향하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전통적인 미디어 홍보(PR)는 기본이고 온라인 환경에 최적화된 디지털 PR 등 전략과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고 복잡하다. 외양처럼 화려한 직업이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되는 철저한 트레이닝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몇 년간 직원을 뽑고 전문가로 양성하는 세월을 지내고 돌아보니 한 회사의 대표는 존재 자체로 직원들의 울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직원과 동료는 대표를 통해 많은 에너지를 얻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아버지는 한 배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한평생을 사셨다. 나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배의 키를 쥔 선장과도 같을 것이다. 함께 고민하고 개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아버지이자 선장의 몫이 아닐까. 과거 아버지가 후배·동료들에게 그러했듯이….

김재희 샤우트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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