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24시] 기획재정부 새해 업무보고 뒷얘기


지난 1월 3일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와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화제를 낳았다. 우선 5공식 ‘배추 사무관’, ‘조기 사무관’의 탄생(?)을 알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물가 문제는 공직을 걸고 챙겨야 한다”면서 품목별로 담당자를 정하는 ‘물가 관리 책임 실명제’를 지시했다. 1980년대 초 경제기획원 시절 존재했던 ‘조기 사무관’, ‘배추 사무관’의 부활을 지시한 셈이다. 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향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책임 실명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부터 2012년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20120103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 대통령이 이처럼 말한 데는 그만큼 물가 등락이 심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이 대통령이 예로 든 배추 가격만 해도 2010년 말 포기당 1만5000원까지 치솟으며 ‘배추 파동’을 낳았지만 지금은 1000원 수준(이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배춧값이 오르자 농가들이 줄지어 배추 재배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작황도 좋아 공급량이 더욱 늘어났다. 이 때문에 농민들의 손실이 커지자 최근 정부가 10만 톤에 달하는 물량을 산지에서 폐기하기도 했다.

재정부 업무보고의 화제도 단연 물가였다. 우선 형식적인 면에서도 기존 관행을 파괴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시민(주부 1명)을 업무보고에 참석시켰고 통계·정책을 나열하는 보고 형식에서 탈피, 토론 중심으로 진행했다. 재정부에서 참여한 직원도 과장·서기관·사무관·주무관 등으로 국장급은 없었다.

이 자리에서 공공요금을 관리하는 공공정책국과 물가 관리 부서인 경제정책국의 사무관들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공공정책국 사무관은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제정책국의 한 사무관은 “공공요금은 한 번 올리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만큼 공기업의 경영 사정만 일방적으로 내세울 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주부 박신희 씨는 “물가 목표로 3%를 얘기하는데 체감이 안 된다”며 “물가 대책을 내놓을 때 농민과 대기업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일자리와 관련된 언급도 나왔다. 일자리 분야에서도 정부는 양적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국민, 특히 청년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졸 채용과 관련해서는 취업자의 군입대 시 휴직 처리가 원활하게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가 나왔다.

오찬 때는 대경산업정보고 교사가 “3월에 입학식이 있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자기 꿈을 찾아가겠다고 결정한 학생들을 격려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가겠다”고 답했다.

시종일관 딱딱한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한 사무관은 업무보고 막바지에 이 대통령에게 “지난번 TV에 영부인과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던데 로맨티스트냐”고 물었다. 당돌한 질문에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당황했지만 이 대통령은 “안 하는 게 이상하다.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웃으며 받아넘겼다.

업무보고가 끝난 뒤 청사 내 식당에서 열린 오찬에선 2월 출산을 앞둔 여성 사무관이 대통령에게 출산할 때 축하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세종시로 가면 ‘주말 부부’를 해야 하는 등 결혼한 여성 사무관의 어려움을 듣고 “총리실에서 책임지고 보완책을 내놓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한편 이날 재정부는 업무보고에서 총급여가 5000만 원 이하인 개인이 10년 이상 펀드에 적립하면 납입액의 40%(연간 한도 240만 원)를 소득공제해 준다고 발표했다. 무주택자 가운데 부부 합산 연소득이 2500만~4500만 원인 서민층이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면 1억 원까지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신영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