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항공모함 보유국이 된 중국에서 옛 소련의 항모 세 척이 각기 다른 말로를 보여주고 있어 화제다.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옛 소련으로부터 사들인 항공모함들이 각기 다른 형태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밍바오(明報)에 따르면 널리 알려진 대로 ‘바랴기’호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으로 개조돼 다롄(大連)항에서 세 차례 시험 운항을 마쳤고 올해 안에 정식 취역할 전망이다. 또 다른 항모인 ‘키예프’호는 최근 5성급 호텔로 탈바꿈했다. 옛 소련의 첫 번째 항공모함인 키예프호는 길이 237m, 너비 53m로 키예프급 항모의 시초가 됐다. 1975년 취역해 1994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퇴역 후에는 2003년 중국 기업이 구입했다. 중국은 항모 설계 관련 기본 지식을 키예프호를 통해 습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밍바오에 따르면 톈진(天津) 빈하이(濱海) 신구 해변에 정박한 키예프호는 호텔로 변신했지만 ‘현역 시절’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갑판에는 퇴역한 중국 전투기가 자리 잡고 있다. 유도탄 발사대와 레이더·화포 등도 차례로 배열돼 있어 세계 최강 미국 해군과 자웅을 겨루던 당시의 위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항모 일부를 개조한 호텔은 약 6만 평방피트(약 5574㎡)의 면적으로 객실과 양식 레스토랑·바(bar)·휴게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2곳과 VIP 객실 등 총 148개의 객실을 갖췄다.
세 번째 항모인 ‘민스크’호는 세 척의 항모 중 가장 기구한 운명을 맞고 있다. 키예프급 중형 항공모함으로 옛 소련의 태평양 함대에서 활동했던 민스크호는 소련이 해체된 뒤 경제난을 맞은 러시아가 유지비를 댈 수 없다며 퇴역시킨 뒤 국제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장착된 무기가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 1995년 한국의 한 기업에 팔렸고 이후 고철 신세가 됐다가 1998년 중국 기업에 다시 판매됐다. 이후 수리를 거쳐 2000년부터 선전의 사터우자오(沙頭角) 해변에서 항모·군사 테마파크의 일부로 변신했다. 하지만 2005년 테마파크 운영사가 파산하자 경매에 부쳐져 새 주인을 찾았다. 테마파크 자체도 불법 건축물로 지정돼 건물 일부가 철거된 상태다.
미국도 군비 경쟁 나서
한편 중국은 올해 안에 항모를 본격적으로 취항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최근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다롄에 있는 북해함대 항공병단의 폭격기를 신형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신형 폭격기도 시험 비행에 들어가는 등 해군의 항공 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펑황(鳳凰) 위성TV는 최근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 전문지를 인용, 다롄의 북해함대 항공병단 2사단이 애초 보유했던 훙(轟)-5 전폭기를 대거 퇴역시키고 신형 훙-6 전폭기로 교체했고 또 다른 신형 폭격기를 시험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롄에는 윈(運)-8을 개조한 대형 정찰기가 배치됐고 칭다오엔 러시아에서 구입한 카-31 조기 경보 헬리콥터가 배치돼 서해 해역을 정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31 조기 경보 헬기용 격납고는 9개가 이미 서방 세계에 파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닝보에 있는 동해함대 항공병단 4사단 기지엔 젠(殲)-10, 수호이-30 등 신형 전투기들이 24대 이상 배치돼 있으며 동해함대에 편입된 젠 폭격기 편대도 2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군사력 강화 행보가 가속되면서 미국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최신예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2015년 완성한다는 계획 아래 버지니아 주 뉴포트 뉴스항에서 건조 중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항공모함을 겨냥한 신형 순항 미사일을 개발함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욱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