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파업 묵인…노무관리 ‘치밀해야’

변화하는 노동환경

2011년의 끝자락이 얼마 남지 않은 12월 29일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바이두의 상위 16개 신문 검색어에 LG가 올랐다. ‘LG 파업 연말 상여금’이란 검색어는 한국의 대표 기업에도 중국 노동환경 변화의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LG디스플레이 난징공장이 가동을 멈춘 건 12월 26일. 연말 상여금으로 1개월 치 기본급을 주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다. 2010년까지 3년간 매년 기본급의 300%를 받던 연말 상여금이 3분의 1 수준으로 깎였기 때문이다. “한국인 직원은 6개월 치 상여금을 받는다더라”는 소문이 불을 지폈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언론들이 LG 파업 현장이라며 인터넷에 올려놓은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 뒤집혀진 식당 의자와 식판, 쓰러진 성탄 트리, 내 연말 상여금을 돌려달라는 피켓 등이 보인다.


중국 정부, 노동자 편에 서기 시작

회사 측에서 연말 상여금을 2배로 올리고 중국인 직원을 차별 대우하는 것은 헛소문이라고 공식 해명하면서 사흘 만에 공장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파업이라고 기사를 내보냈지만 난징경제개발구위원회 관계자는 한 언론에 “파업이 아니고 태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의 LG 사태를 중국 언론들이 다소 과장되게 보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다시 한 번 근로자 관리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중국 언론들도 LG가 연말 상여금을 줄이기로 한 것은 액정표시장치(LCD)와 가전 업계의 업황 악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노동자 착취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샤먼시에 세운 합작 공장을 2011년 12월 16일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공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근로자들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LG 사태는 실적 악화에 따른 임금 조정이나 철수 등의 과정이 더욱 치밀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근로자 측과 실적 악화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사전에 임금 조정 등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는 식으로 접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중국의 젊은 근로자들은 한중이 수교한 1990년대 초 근로자들과는 다르다. 빈부 격차 확대로 벤츠를 몰고 다니는 동년배를 보면서 사회 불만이 폭발 직전인 데다 가족을 위해 일한다기보다 즐길 시간도 중시하는 세대다.

과거 같으면 일방적으로 외국 자본 기업의 손을 들어주던 중국 정부도 이젠 노동자 편에 서기 시작했다. 퇴직금 신설 등을 뼈대로 한 노동계약법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초 시행되면서 친노동자 정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공산당은 개혁 개방 직후인 1982년 노동삼권 중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남기고 단체행동권을 헌법에서 삭제했다.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묶어둠으로써 자본가에 순종적인 프롤레타리아를 공급해 준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일정 수준 파업을 묵인해 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 팍스콘 근로자 연쇄 자살 사태를 계기로 일본 업체의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파업 사태가 대표적이다.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내수 확대를 위한 경제체제 전환의 과제로 내세우는 중국 정부는 이제 기업보다 노동자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더구나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 파업을 부추겨 수수료를 챙기는 변호사들마저 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중국의 노동환경이 급변기를 겪는 이때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노무관리는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베이징=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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