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윈터 룩의 완성, 니트

남자의 겨울 아이템 일곱 번째

아침에 길을 걷다 보면 찬 공기에 코끝이 찡해지는 겨울의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는 요즘, 필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날마다 옷차림에 고심하고 있다. 날씨가 춥다고 아무거나 마구 껴입다간 전화 받을 때 팔이 구부려지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스타일을 위해 추위를 참아가며 멋을 부리던 시절은 이미 10대에서 졸업했다. 아무리 멋진 스타일이더라도 겨울에 추워 보이는 남자의 옷차림만큼 없어 보이는 것도 없다. 이번 겨울 스타일과 보온 둘 다 놓치지 않는 매력적인 남자로 어필하고 싶다면 구름같이 부드러운 촉감의 니트를 꼭 챙길 것.

‘니트(knit)’는 정확히 말해 니팅 해서 만든 모든 소재의 직물을 뜻한다. 우리가 평소 즐겨 입는 면소재의 옷과 티셔츠들까지 모두 니트에 속한다. 보통 한국에서 니트라고 불리는 옷은 엄밀히 따지면 스웨터인 셈이다. ‘스웨터’의 어원은 ‘스웨트(sweat: 땀)’로 처음 스웨터가 나왔을 때는 운동복으로 입었지만 샤넬이 여성복에 도입하면서 일상복으로 유행하게 됐다. 보온이 뛰어나며 신축성이 있어 부담 없이 입기 편하고 또한 보관 방법이나 세탁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소재가 된 것이다.



캐주얼하거나 클래식하거나

필자가 니트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체크하는 것은 바로 ‘피트’다. 컬러와 무늬가 예쁘다고 입어 보지도 않고 구매했다간 몇 번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 처박히기 일쑤다. 빈티지 마켓에서 구매하는 니트들은 허리 부분이 짧거나 팔 부분만 유독 큰, 말도 안 되는 피트의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자고로 니트는 적당히 피트감이 있고 팔이 너무 길거나 짧아서도 안 되며 가격이 너무 저렴한 것은 한 번 입고 나면 보풀을 감당하지 못할 테니 되도록이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기본적인 니트는 라운드 넥과 브이넥인데 아무 옷에나 매치해도 실패할 확률이 낮은 아주 기특한 베이직 아이템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크라인의 밸런스다. 적당히 여유 있는 네크라인과 정직한 피트를 가진 니트는 당신의 이미지를 한층 더 자상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이다. 진정한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다면 현재 유행하는 아이템을 많이 구매하기보다 훌륭한 기본 베이직 아이템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낫다. ‘샌프란시스코 마켓’이나 ‘발렌타인’의 베이직한 니트들은 가격만큼 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트렌디한 피트를 가지고 있으니 하나쯤 구매해 놓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밖에 따뜻한 계열인 브라운·베이지·카키 컬러도 인기가 많으며 요즘에는 노르딕 패턴이나 기하학적인 패턴의 니트들도 유행하고 있다. 카디건과 목도리에서 재미있는 패턴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라프 시몽’의 눈꽃무늬 스웨터나 ‘하울린 바이 모리스’의 목도리는 심심한 옷차림에 포인트로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들이다.

이런 니트 아이템들은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데 치노팬츠나 진에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캐주얼한 옷차림이 되고 슬랙스와 윙팁 슈즈에 매치하면 클래식한 분위기를 낼 수도 있다. 여기에 코트나 재킷을 걸쳐주면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따뜻하기까지 한 클래식한 윈터 룩이 완성된다.

최근 ‘헨리코튼’에서는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스웨터를 입어 난방을 줄이자는 ‘스웨터 데이’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체온이 떨어져 사망하는 아프리카 신생아들에게 니트 모자를 기부하는 이벤트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받고 있다. 니트는 이제 단순한 옷의 한 소재가 아니라 점점 더 디지털적이고 차가워지는 현대사회에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휴먼 아이콘이 되고 있는 중이다.

황의건 오피스에이치 대표이사 h@office-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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