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만년 2·3위’ 반란…‘전문성’ 돋보여

업계 이끈 톱 애널리스트


2011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는 모두 33개 분야에서 최고의 애널리스트들을 선정했다(스몰캡·채권은 팀별 선정). 유럽의 재정 위기와 뜻하지 않은 북한 리스크 출현 등 악재가 겹친 시장 상황이었지만 자신이 맡은 섹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역량을 인정받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든든한 지원병을 자처했다. 이번 조사에서 2010년 상반기 조사와 비교해 1위가 뒤바뀐 곳은 9개 부문이다. 특히 그동안 꾸준히 10위권 안에 들며 기회를 엿보다 드디어 최고의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이들이 눈에 띈다.



‘차별화’가 1등의 조건

파생상품 부문 1위를 차지한 최창규 애널리스트(우리투자증권)은 2007년 하반기부터 지난 조사(2010년 상반기)에 걸쳐 단 한 번(2010년 상반기, 2위)을 제외하곤 모두 3위에 올랐다. 파생상품 분야의 터줏대감은 대우증권의 심상범 애널리스트로, 지난 조사까지 6회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최 애널리스트로서는 ‘만년 3위’의 설움을 드디어 벗어버린 셈이다.

1975년생인 최 애널리스트는 경북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2001년 당시 LG투자증권 구미지점에 입사해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2004년 리서치센터로 자리를 옮긴 지 8년 만에 1위에 오른 것. 최 애널리스트는 “꾸준함과 차별화가 드디어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는 지수선물과 옵션 관련 자료를 줄이고 다양한 상품들을 파생 관점에서 재해석한 리포트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한국형 헤지 펀드 출범을 앞두고 그동안 발간하던 한국형 헤지 펀드 투자 전략을 모두 정리한 ‘플러스알파를 찾아서’ 보고서도 시장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리포트 중 하나다.

거시경제·금리 부문 1위에 오른 신동석 애널리스트도 소속 업종에서 꾸준히 3위권에 머무르다 이번에 비로소 정상을 차지하는 기쁨을 안았다. 거시경제 부문은 대우증권에서 얼마 전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고유선 매크로 애널리스트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지난 조사까지 7회 연속 1위를 기록했던 안방마님이 떠난 무주공산을 신 애널리스트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1967년생인 신 애널리스트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금융연구원을 거쳐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했다. 신 애널리스트는 “2008년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매크로 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에서, 각국에서 벌어지는 경제 이슈 및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부문 1위 이응주 애널리스트도 2008년 상반기 조사에서 7위에 오르며 꾸준히 상위권에 랭크돼 온 실력파 애널리스트다. 2010년 하반기 조사에서 12위로 떨어지며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다음 조사(2011년 상반기)에서 절치부심하며 2위로 점프했고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1975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 애널리스트의 별명은 여의도 최고의 ‘화학 선생님’이다. 보고서와 설명회 등을 철저하게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결과다.

유틸리티 부문 1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애널리스트도 그동안 해당 섹터에서 줄곧 2~4위권을 차지하며 상위권에 올랐지만 1위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윤 애널리스트는 운수·창고 부문에서는 4회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실력을 과시해 왔다. 반면 그동안 유틸리티 부문은 유진투자증권의 주익찬 애널리스트가 독보적이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조사까지 6회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주 애널리스트의 선두 자리를 윤 애널리스트가 차지했다.

과거에 비해 자신이 맡은 하나의 전문 업종에만 주력하는 경향에 따라 다관왕이 좀처럼 배출되지 않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이런 가운데 윤 애널리스트만이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했다. 1972년생인 윤 애널리스트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KMBA를 졸업한 후 동원경제연구소에서 처음 이코노미스트로 발을 디뎠다. 2011년 10월 하순쯤 한국전력의 투자 의견을 ‘매수’로 올린 것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평가다.



신인급 애널리스트 급부상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11년 상반기 조사에서 3위로 첫 등장하며 이름을 알렸던 하나대투증권 이상우 애널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업계 입문 1년, 평가 2번 만에 1위 자리를 꿰차는 저력을 보였다. 1981년생으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와 공학 석사를 졸업한 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우조선해양에서 일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 애널리스트의 장점은 ‘철저한 현장 위주 분석’에 있다. 업종의 특성상 매주 1회 이상 기계 업체 탐방을 나간다는 원칙을 꾸준히 지켜가고 있다. 대부분의 현장 출신 애널리스트들이 그렇듯이 산업체 근무 시절 배운 기계 관련 지식은 다른 이들이 따라오기 힘든 장점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복합 화력발전 관련 리포트 등이 업종의 펀더멘털에 잘 부합했다는 평가다.

데일리 시황 1위에 오른 토러스투자증권 박승영 애널리스트도 2010년 하반기 조사에 10위로 첫 등장해 2011년 상반기 3위, 이번 조사 1위로 급상승한 케이스다. 순위권 등장 세 번 만에 1위 자리에 등극한 것. 1978년생인 박 애널리스트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을 거쳐 작년부터 토러스투자증권에 몸담고 있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럽의 재정 위기가 2008년 금융 위기 수준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룬 가운데 오히려 시장 전망과 반대로 ‘반등’을 주장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의 더블 딥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박 애널리스트는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이 많은 부분 반영돼 있다”고 전망했고, 실제로 10월 들어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주가도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팀별로 선정하는 스몰캡과 채권 부문도 자리가 바뀌었다. 스몰캡은 우리투자증권이 처음 1위를 차지했고, 채권 부문 역시 2회 연속 1위였던 토러스투자증권에서 동부증권으로 1위 자리가 바뀌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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