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 ‘젊음’ 무기로 발군의 ‘현장감’ 뽐내

눈에 띄는 다크호스


‘선거·운동 경기 등에서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뜻밖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유력한 경쟁자.’ 다크호스의 사전적 의미다. 그런데 다크호스가 갖는 의미는 현재의 판도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빼어난 능력과 새로운 전술로 시장을 이끌어 가는 리더 역시 다크호스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지금의 뛰어난 신예가 미래의 메인 스트림으로 성장한다는 뜻이다.

2011년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첫 등장한 이상우 애널리스트(토러스투자증권, 기계)가 좋은 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상반기 첫 등장부터 3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더니 이번 조사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뛰어넘어 단숨에 1위에 올랐다.



‘현업 출신’ 신예 많아

2011년 하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도 눈에 띄는 다크호스들이 등장하며 시장에 존재감을 보여줬다. 박희진(신한금융투자, 섬유·의복), 김시우(한국투자증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심현수(KB투자증권, 은행·신용카드) 등이 주인공이다. 3명 모두 처음 10위권에 진입했다.

새롭게 주목 받는 신인들은 자신이 맡고 있는 섹터의 현업 출신들이 많다. 실적과 수치가 주가 되는 정량적 분석 외에도 산업계 전반의 흐름, 현장 출신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전문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 현업 출신들의 최대 강점이다.

섬유·의복 부문에서 3위에 오른 박희진 애널리스트도 산업 현장 출신이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에서 경제학과 지리경제학을 전공한 박 애널리스트는 2007년 LG패션에 입사했다. 회사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기업설명회(IR)·회계 등이었다. 원가 흐름, 유통 업체들과의 채권·채무 관계 등을 주로 맡았던 박 애널리스트는 “의류 업체에서 일하면서도 머천다이저나 디자인이 아닌 회계팀과 IR팀 경험을 통해 실제 산업 내 수치의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해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역시 정량적인 분석에 강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현업 출신들이 갖는 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고 깊은 이해도 역시 박 애널리스트의 장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시우 애널리스트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 4위를 차지했다. 2007년 포항공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곧장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에 입사했다. 2008년부터 음식료·담배와 통신·미디어 리서치 어시스턴트(RA)를 거쳐 2011년 3월부터 미디어 부문 주니어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걷고 있는 대표 산업이다.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제2의 한류 붐 등 쉴 새 없이 이슈가 쏟아져 나오는 분야이기도 하다. 김 애널리스트가 2010년 8월에 쓴 ‘유료방송’ 관련 리포트는 미국의 유료방송 시장을 분석하고 이들의 성공 요인을 우리 상황에 적용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2년 12월 31일부터 중단되는 지상파의 아날로그 신호와 이로 인해 2011년 더욱 치열해질 유료방송 가입자 유치 경쟁을 다뤘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연예 기획사 관련 리포트도 주목받았다.

은행·신용카드 부문에서 7위에 오른 심현수 애널리스트(KB투자증권)도 눈에 띈다. 심 애널리스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6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RA 활동을 거치며 기타 금융 업종을 맡았다. 2010년 말 KB투자증권으로 옮긴 후에는 은행업으로 업종을 옮겨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 막 관련 업종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심 애널리스트는 “개인적 장점이라기보다 은행 담당으로서 환경적 요인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국내 최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덕에 심도 있는 자료와 데이터에 접근하기 쉬웠다는 것. 여기에 같은 섹터 출신의 센터장(김철범 상무) 및 4년여 동안 수업을 받은 삼성증권 시절의 ‘사수’ 장효선 팀장 등에게서 리서치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밝혔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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