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낙찰 후 경매 취하로 ‘날벼락’ 경매의 복병 ‘즉시항고’


두 번의 낙찰로 경매에 자신이 있던 A 씨는 2회 유찰된 분당의 아파트에 입찰하기로 했다. 감정가 7억8000만 원의 아파트가 최저가 4억9920만 원까지 내려가 있었다. 현장 답사와 시세를 꼼꼼히 조사한 A 씨는 5억8555만 원을 써 최고가 매수인이 됐다. 1주일 후 매각 허가 결정이 났고 경락 잔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던 중 채무자 겸 소유자가 ‘항고장’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어 기각될 확률이 높은데 매각 대금의 10%를 항고 보증금으로 공탁하면서까지 항고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곧 기각되고 곧 잔금 날짜가 잡히겠지’ 했던 A 씨는 3개월 동안 5000만 원의 보증금이 묶인 상태로 기다리다 지칠 대로 지쳤다. 2011년 연말까지 적용되는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서둘렀던 입찰도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 어쨌든 법원의 항고는 모두 기각됐다. 그런데 날짜에 맞춰 잔금을 납부하려던 A 씨에게 갑자기 채무자가 찾아왔다. 채무자는 A 씨에게 “채무를 변제했고 집행 정지를 신청했으니 경매취하동의서를 써 달라”고 했다.

“그러지 않으면 또 소송을 하겠다”는 말까지 이어졌다. 여기저기 알아본 A 씨는 “경매취하동의서를 써주지 않아도 궁극적으로는 취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수고비 30만 원을 받고 취하동의서를 써줬다. 넉 달가량 묶여 있던 5000만 원의 보증금과 현장 답사 등 낙찰에 들였던 시간과 비용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낙찰에 들인 시간·비용 물거품 되기도

‘즉시항고’는 매각 기일에 낙찰을 받고 매각 결정 기일에 매각 허부 결정이 나고 그로부터 1주일 이내에 이해관계인만이 할 수 있다. 즉시항고장은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한 원래 집행법원에 제출한다. 만일 항고장에 항고 이유서를 기재했다면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항고장을 제출한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항고 이유서를 원 집행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항고 이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항고 이유를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재하지 않으면 즉시항고는 각하된다.

항고할 때는 항고 보증으로 매각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전 또는 법원이 인정하는 유가증권을 공탁해야 한다. 과거에는 채무자·소유자·낙찰자만 항고 보증금을 납부했지만 이유 없는 항고 남발에 따른 경매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항고를 제기하는 모든 이해관계인들이 매각 대금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제공하도록 바뀌었다.

만일 소유자나 채무자의 항고가 취하·기각·각하되면 항고 보증금은 배당할 금액에 편입된다. 나머지 항고인들이 항고해 취하·기각·각하되면 항고한 날부터 항고 기각 결정이 확정될 날까지의 매각 대금에 대해 연 20% 이율에 의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돌려주고 지연 손해금은 배당 금액에 포함된다. 다만 경매가 취하되거나 매각 절차가 취소된 때에는 항고인도 항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면 확정증명원을 발급받아 집행법원에 제출하면 항고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항고해 시간을 벌어 변제 금액을 마련한 후 낙찰자를 찾아가 취하동의서를 쓰도록 종용해 경매를 취하시키는 일이 종종 있다. 채권액 및 가압류 금액의 합이 부동산 값어치보다 높거나 개발 호재 등이 없으면 경매가 취하될 가능성이 낮겠지만 채권액 및 가압류 금액의 합이 부동산 값어치보다 낮은 상태인데 단지 채무자 겸 소유자가 급전을 구하지 못해 경매가 진행된 것이라면 경매가 취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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