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미국 쇠망론’ 外

잃어버린 ‘미국 정신’의 부활 가능할까
토머스 프리드먼 외 지음┃강정임 외 옮김┃555쪽┃21세기북스

‘중국이 우리보다 더 발달된 철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싱가포르가 우리보다 더 훌륭한 공항을 건설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때 우리가 그랬었다.’

이 책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10년 연설로 시작한다. ‘한때 우리가 그랬었지(That used to be us)’라는 원제도 여기서 따왔다. 내리막을 예감한 미국의 불안을 아프게 꼬집는 표현이다.

미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에서 한때 자신들에게 있던, 하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들의 옛 모습을 발견한다. 온갖 어려움에도 고속도로와 댐을 건설하고 인간을 달에 보낸 단합된 힘과 자신감, 강인한 의지 같은 것들이다.
미국판 디트로이트로 불리는 중국 톈진에는 웅장하고 아름답게 설계된 ‘톈진 메이장 컨벤션센터’가 서있다. 세계경제포럼 하계 콘퍼런스를 열기도 한 이 복합건물의 건설 기간은 놀랍게도 8개월에 불과했다.

미국 워싱턴의 사정은 이와 대조적이다. 워싱턴 메트로 베데스다역의 에스컬레이터 2개가 6개월째 수리 중이다. 러시아워가 되면 붐비는 사람들로 역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 앞에는 에스컬레이터의 ‘현대화’ 작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미국의 전성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톈진의 테다건설은 대형 에스컬레이터가 곳곳에 설치된 세계적 수준의 컨벤션센터를 32주 만에 건설했다. 반면에 워싱턴 메트로는 21개짜리 계단의 작은 에스컬레이터 2대를 수리하는데 24주가 걸린다고 떠들어 댄다. 더 두려운 것은 체념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이 책의 두 저자가 미국의 위기 극복이 단순히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위기는 냉전 해체에서 시작됐다. 그토록 원하던 승리를 손에 넣은 순간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미국을 열망하는 ‘새로운 미국인’들이 너무나 많아져 미국인들은 자본과 직장을 놓고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미국인들은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고 시간을 허비했다. 완전히 새롭게 짜인 세계에서 방향을 잃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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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환의 독서 노트

아름다움의 비밀을 찾아서
감히, 아름다움
최재천 등 지음┃248쪽┃이음┃ 1만3000원


미국의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는 월급이 없이 팁으로만 돈을 번다. 그러면 어떤 웨이트리스가 돈을 가장 많이 벌까.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조사해 보니 아름다운 웨이트리스가 가장 많은 팁을 받았다. 법정에서조차도 아름다운 여성이나 잘생긴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고 하니 아름다움은 큰 힘이다.

그런데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일은 쉽지 않다. 누가 당신에게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물 하나를 제시해 보라”고 묻는다면 과연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아마 오랫동안 생각해 봐도 적당한 답이 떠오르지 않기 십상이다.

천문학자 홍승수는 이 질문에 ‘무지개’라고 답한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본 무지개에 반해버렸다. 무지개는 태양빛과 물방울이 만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백색의 태양빛 속에는 다양한 색깔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통섭이 아니던가.

시각 디자이너인 안상수는 기역(ㄱ)자가 가장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디자이너로서 볼 때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아름답다고 하니 기역자를 단순 명료함의 상징이라고 본 셈이다. 안상수는 1985년 그의 이름을 딴 ‘안상수체’라는 글자체를 만들었다. 안상수체는 한글 글꼴이 지닌 기하학적인 간결함과 현대적인 멋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그는 “어떤 대상이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면 이를 아름답게 여기고, 생존과 번식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면 이를 추하게 여기도록 인간이 진화했다”고 말한다. 이어 “우리가 어떤 얼굴이나 자연 풍경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은 그 대상 자체에 아름다움의 본질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오랜 세월 진화해 오며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됐던 특정한 대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가 배병우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는 아름다움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마 자연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느꼈고,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아 왔다고 이야기한다.

책에서 보듯이 학문에 따라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이런 다양한 시각을 모아 놓으면 무언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이 책을 기획했다는 생물학자 최재천은 “감히 아름다움을 객관화해 보고 싶었다”고 토로한다. ‘이 책을 읽으니 아름다움이 보이는가?’라고 필자에게 질문한다면 ‘글쎄요’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름다움은 여전히 어렵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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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차동엽 지음┃368쪽┃명진출판┃1만6000원

1987년 죽음을 앞둔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가깝게 지내던 신부에게 인생에 관한 24가지 질문을 남겼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진 차동엽 신부가 이 ‘잊혀진 질문’에 답한다.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나?’, ‘지구의 종말이 오긴 오는 걸까?’와 같은 근본적 물음 15개와 거기서 파생된 동시대인들의 절실한 물음 11개를 담았다.



사장실로 가는 길
아담 브라이언트 지음┃윤영삼 옮김┃312쪽┃가디언┃1만5000원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74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성공 비결을 들었다. 처음 CEO가 됐을 때 느꼈던 부담감과 인사 면접을 하면서 어떤 것을 고민하는지, 팀워크를 위해서는 어떤 것에 주의해야 하는지, 소통하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법 등 현장에서 배운 성공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이들의 경험담에서 더 높은 성공을 이루는 열쇠, 즉 미지의 ‘X팩터’를 뽑아냈다. X팩터는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경제 119
유종일 지음┃124쪽┃시사인북┃8000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12년 정치 변화와 관련해 주목받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민주통합당에서 만든 ‘헌법 제119조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책 제목도 이 특위 이름에서 따왔다. 헌법 제119조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지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나는 주식보다 연금형 부동산이 좋다
박상언 지음┃352쪽┃한스미디어┃1만5000원

저자는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대안으로 ‘연금형 부동산’을 내놓는다. 국민연금처럼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올 수 있는 안전한 부동산을 가리킨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수익형 부동산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침체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매월 월세가 나오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 오피스, 단독, 다가구, 개발 호재가 있는 토지 시장은 여전히 인기를 누린다는 것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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