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 word 4 안심 먹을거리
최근 서대문구가 서울시 최초로 연희동과 신촌동의 음식점 6곳에 주방 공개용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해 화제가 됐다. 홀이나 객실에 있는 손님들이 CCTV를 통해 조리 과정부터 위생 상태, 원산지 정보까지 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음식점에 급기야 CCTV까지 등장한 이유는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은 먹을거리에 대한 이슈가 유난히 많은 한 해였다. 일본 지진 사태 후 방사능 유출 문제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극도에 달했고 유럽에서도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채소를 먹은 이들이 독일에서만 14명이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전 세계가 떠들썩하기도 했다. 게다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각종 식품 안전사고는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안심 마케팅 확대, ‘도시농부’의 증가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친환경 유기농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소비를 줄이는 시대에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유기농 제품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기농 식품의 시장 규모는 2008년 4043억 원에서 매년 26% 정도 성장해 올해는 약 8100억 원으로 예상된다.
2008년에 비하면 2배 정도 늘어난 규모다. 친환경 유기농 브랜드 중 하나인 초록마을도 하반기 판매 동향 분석 결과 기본 신선식품·육가공품·수산물 등이 일반 식품군 대비 18%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011년 12월 6일 밝혔다. 초록마을 측에 따르면 외식보다 직접 해먹는 요리 쪽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달라져 두부와 콩나물 등 기본 식재료가 상반기 대비 3배 이상 판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2011년 일본 지진으로 방사능 유출 문제가 불거진 후에는 고가의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직접 구입해 마트에서 쇼핑할 때도 들고 다니는 주부들까지 생겨났다. 방사능 측정기로 전국 농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해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의 카페 ‘차일드세이브’에는 50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1년 한 해 식품 업계의 마케팅 이슈는 ‘안심 마케팅’이었다. 2012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 먹을거리 구매 차원을 넘어 아예 직접 재배해 먹는 움직임까지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시작한 ‘텃밭 가꾸기’가 아닌 이른바 도시 농장(City Farm)이다. 도시 농장의 형태도 다양하다. 집 주변의 공터나 뒤뜰, 옥상, 아파트 베란다 등에서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재배하는 형태, 도심에 형성된 농장을 개인들이 경작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형태,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공동으로 땅을 경작해 생산물을 나눠 갖는 형태 등이다.
도시 농장의 목적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을거리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자연 학습 효과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삼조다. 도시 농장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에서 최근 옥상정원을 두는 빌딩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도시농부’가 급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고 아일랜드에서도 스스로 채소를 길러 먹는 도시인 모임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도시농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 등에서는 도시농부학교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추세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