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연속 하한가…투자 리스크 ‘부각’
중국 증권가에서 요즘 제일 자주 거론되는 종목은 충칭맥주다. 최근 9일 연속 하한가(가격 제한 폭 상하 10%) 행진을 벌인 것을 두고 중국 CCTV 등 현지 언론들은 ‘백신 광풍’, ‘13년의 도박’ 등 자극적인 제목을 뽑으며 연일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충칭맥주는 B형간염 백신을 개발했다는 재료를 갖고 13년간 주가를 무려 3705% 끌어올렸다. 충칭맥주 사건은 2가지 중국 투자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 상장사가 공시하는 정보의 진실성 논란이 첫째다. 미국과 한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회사들이 실적 등에 대한 정보의 불투명성과 부풀리기 등이 드러나면서 주가 급락이나 상장폐지의 쓴맛을 본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충칭맥주 사건은 또 외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투자할 때 해당 기업의 주력 사업 이외의 다른 사업의 리스크도 함께 봐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준다.
B형간염 백신 개발 재료로 13년간 3705% 상승
충칭맥주의 미스터리는 상하이증시에 상장한 지 1년 뒤인 199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간염 백신을 개발하는 자천(佳辰)생물이란 회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발표 하루 전 2.13위안이던 충칭맥주 주가는 2011년 11월 81.06위안까지 올랐다.
중국 언론들은 자천생물이 1998년 8월에 설립된 신생 기업이라는 점, 설립 당시 7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충칭맥주의 모기업인 충칭맥주그룹이었다는 사실, 매년 신약 개발의 진전을 공시했다는 점 등을 주목한다. 2010년 10월 이후 매달 한 차례 백신 연구가 진전됐다는 것을 알리는 공시를 하면서는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증권사들도 충칭맥주의 주가 급등에 불을 지폈다는 지적을 받는다. 주가가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2009년부터 최근까지 14개 증권사에서 60편의 보고서를 쏟아냈다. 30편의 보고서를 낸 싱예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나무에서 열매(신약 상용화)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면 된다”며 충칭맥주에 대해 수차례 강력 매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열매가 떨어지기도 전에 나무가 쓰러질 처지에 빠지게 된 것은 2011년 12월 8일 발표된 중간 연구 결과가 시장에서 실패로 받아들이면서부터다. 이후 충칭맥주는 9일 연속 하한가 행진을 벌였다. 급기야 회사 측은 문제가 되고 있는 백신 2기 임상 결과의 통계 분석 자료를 2012년 1월 6일까지 공시하고 임상에 대한 종합 결과를 2012년 4월 6일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3년의 신화’는 종말로 치닫는 분위기다. 중국 언론들은 상장 맥주사의 평균 주가수익률(PER)이 34배인 것을 감안하면 충칭맥주의 주가는 15위안이 적정하다고 분석한다. 12월 22일 충칭맥주는 28.45위안에 마감됐다.
때마침 2011년 10월 말 신임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으로 취임한 궈수칭은 상장사의 공시 투명성을 높이고 회사 고위 임원에 대한 감독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충칭맥주 사건은 중국 맥주 시장을 노리고 이 회사에 투자한 칼스버그에도 충격을 안겼다. 칼스버그는 충칭맥주가 중국 서남 지역 맥주 시장 최대 업체라는 점만 보고 2009년 17.46%를 투자한 후 2010년 추가로 12.25%를 인수해 최대 주주가됐다. 1958년 충칭시 정부 산하의 맥주 공장으로 출발한 충칭맥주이지만 이미 신약 개발이라는 신규 사업으로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데서 투자 리스크를 감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