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구 독일로 대거 이주, 위기 ‘안전지대’…그리스 출신 대부분


21세기 유럽 대륙에서 때아닌 ‘민족이동’이 발생하고 있다. 4~5세기 유럽을 뒤흔든 것이 게르만족의 대이동이었다면 21세기 유럽 구조를 바꾸는 민족이동은 ‘역(逆)게르만 이동’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경기 침체와 재정 위기가 전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안전지대인 독일로 대규모의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일간 디펠트는 최근 “2011년 상반기 유럽 각국에서 독일로 이민 온 인구가 전년 동기 대비 19%나 증가했다”며 “유럽 재정 위기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인 독일을 삶의 터전으로 택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디펠트에 따르면 독일로 이주해 온 인구의 대부분은 그리스와 스페인 출신들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 청년층의 인구 이동이 활발해졌다.

독일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쾰른에 거주하는 그리스인은 전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이는 독일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2011년 6월까지 8890명의 그리스인들이 독일로 이사 온 것. 2010년 상반기엔 4100명에 불과했지만 불과 1년 새 이주 규모가 84%나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스페인에서 독일로 옮겨온 사람도 72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나 유입 인구가 확대됐다.

독일로 이민 온 인구는 전체적으로 43만5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8만1000명이 독일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순수한 외국인이었다. 독일 유입 인구는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고, 순수 외국인 유입 인구는 6만7000명이 늘었다.


<YONHAP PHOTO-1673> Visitors of the Oktoberfest beer festival pose with beer mugs in a beer tent at the Theresienwiese fair grounds in Munich, southern Germany, on September 17, 2011. The world famous beer festival, which is excepted to attract around six million visitors, is running until October 3, 2011. AFP PHOTO/CHRISTOF STACHE /2011-09-18 20:45:05/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연고 없는 순수 외국인 급증

비스바덴 소재 독일 연방통계국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럽 재정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서 독일로 들어온 사람이 29%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등에서 경제 불안과 함께 정치 불안이 심화된 것도 독일로의 인구 유입에 힘을 실었다. 헝가리 등에선 최근 언론의 자유 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위축됐고 젊은층이 일할 만한 일자리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EU는 회원국 내에서 시민들이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회원국 어디서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다. 2004년 5월 동유럽 10개국이 EU에 가입한 이후에는 폴란드·체코·루마니아 등 동유럽 근로자들이 대거 서유럽으로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독일에는 전통적으로 터키계 이민자 수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 이동 패턴에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동유럽에서 독일과 영국 등으로 이동하던 민족 이동 경로가 스페인·그리스에서 독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EU가 역내 자유 이동 원칙을 정했던 솅겐조약은 수많은 정치적 격변에 따라 조약 수정이 요구되는 등 곤란을 겪어 왔다. 올 초에는 북아프리카 재스민 혁명과 리비아 사태 등으로 대규모 난민이 유럽으로 탈출하면서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이 회원국 간 국경 통제를 허용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1년 11월에는 EU에 가입됐지만 솅겐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조약 가입 허용 여부를 놓고 EU 회원국 간에 이견이 불거졌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등은 동유럽 신규 회원국의 솅겐조약 가입에 대해 “이들 국가에 만연한 부패와 범죄까지 한꺼번에 유입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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