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충격적 소재, 그로테스크한 쾌감

내가 사는 피부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 그의 집에 머무르는 의문의 여성, 이유도 모른 채 납치된 청년, 외딴집에 숨어 지내는 은행 강도. 티에리 종케의 짧은 소설 ‘독거미’는 단 네 명의 등장인물만으로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거미줄 아래 끈적한 잔혹함을 숨기고 있는 은유를 탁월하게 형상화했다.

건조한 문체로 상상을 초월하는 욕망을 거침없이 담아내는 그의 소설은 차갑고도 얼얼했다. 데뷔 이후 한 번도 타인의 원작을 가져온 적이 없던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처음으로 ‘독거미’를 선택한 건 여기서 끌어낼 수 있는 감정의 진폭과 상상력의 자유를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입은 화상 때문에 아내가 죽은 뒤 성형외과 의사 로베르트(안토니오 반데라스 분)는 12년간 비밀 실험실에서 완벽한 인공 피부를 만드는데 집착한다. 그의 실험 대상 베라(엘레나 아나야 분)는 로베르트의 대저택 안에 감금되다시피 지내고, 로베르트의 오른팔인 하녀 마릴리아(마리아 파레데스 분)가 그녀를 돌본다. 어느 날 마릴리아의 아들 세카가 저택을 찾아온 다음부터 로베르트와 베라를 둘러싼 비밀이 하나씩 밝혀진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원작의 순서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다. 기본 뼈대만 가져온 채, 심지어 영화 후반부는 아예 소설과 상관없이 끝나버린다. 그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원작과 다른 영화 제목, 사실 처음 들었을 때 정확히 어떤 뜻인지 짐작하기 힘든 그 제목, ‘내가 사는 피부’에 가깝다.

피부라는 단어가 포함할 수 있는 영역은 대단히 넓다. 외모부터 시작해 생식기에 이르기까지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피부, 저택 곳곳의 벽을 채우는 온갖 인물화들, 베라를 감시하는 카메라로부터 전송된 화면을 반사하는 TV 브라운관, 몸을 뒤덮는 의상, 그리고 베라가 “나는 내가 숨을 쉬고 있다는 걸 안다”라는 문구를 되풀이 작성하는 일기로 뒤덮인 벽면에 이르기까지, 온갖 차이를 드러내고 삶을 기록하는 표면으로서의 피부는 광대하다. 사람들은 그 피부, 그 표면에 기대고 숨고 가장하면서 살아간다.

영화 중반부터 끔찍한 비밀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지만 알모도바르의 어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무심하고 우아하기만 하다. 그로테스크한 쾌락에 충만했던 초기작의 분위기와 ‘그녀에게’, ‘귀향’, ‘브로큰 임브레이스’에 이르는 후기작의 우아한 절제가 보기 좋게 맞물린다. 알모도바르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여전히 호기심을 자아내는 현재 진형행의 이름이다.



>>S중독자의 고백
감독 크리스티안 몰리나 출연 베렌 파브라,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르룸 바레라

첫사랑으로부터 만족을 느끼지 못했던 발레리는 사랑보다 몸으로 먼저 느껴지는 감정에 충실해졌다. 그 뒤로 본능에 충실하게 상대를 만나지만 그들은 사랑 없는 섹스에 질려 그녀를 떠나가고 만다. 그리고 우연한 면접에서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프렌즈:몬스터 섬의 비밀 3D
감독 타카시 야마자키, 야기 류이치
목소리 출연 김서영, 이장원, 엄상현

까칠 몬스터 나키와 의리 몬스터 군조는 비밀의 몬스터 섬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인간 아이 코타케가 등장하면서 이곳은 혼란에 빠진다. 인간과의 전쟁에 대비해 코타케를 인질로 데리고 있어야 하는 임무가 나키에게 떨어진다. 제작에만 7년이 걸린 3D 대작 애니메이션.



>>와일드 타겟
감독 조나단 린 출연 빌 나이, 에밀리 블런트, 루퍼트 그린트

은퇴를 앞둔 살인 청부업자 빅터는 지금까지 소리 소문도 없이 타깃을 처리하는 놀라운 솜씨를 자랑했다. 어느 날 빅터는 가짜 렘브란트 그림을 팔아 엄청난 돈을 챙기고 달아난 로즈를 제거하라는 의뢰를 받고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생 단 한 번도 사랑해 본 적이 없던 외로운 빅터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든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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