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핫 트렌드] 윤리적 소비자가 세상을 바꾼다

key word 3 착한 기업, 착한 소비


지난해 ‘착한 기업’, ‘착한 소비’, ‘착한 여행’ 등 ‘착한’이라는 수식어가 그 어느 때보다 인기를 끌었다. 돈을 벌면서도 사회 공동체에 기여한다거나 어떤 상품에 지갑을 여느냐로 세상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러한 아이디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장경제의 원리나 기업 경영의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소리’로 치부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것을 내세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올해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설립된 탐스슈즈는 착한 기업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라는 미국 청년이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다가 맨발로 다니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신발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한 뒤 이 회사를 만들었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를 제3세계의 신발 없는 아이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키이라 나이틀리, 스칼릿 조핸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이 회사는 창립 4년 만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제품 경쟁력 외에 신발 회사라는 기업의 본질과 맞닿는 독특한 사회적 책임(CSR) 활동 덕분이다.


홈프러스 e파란재단과 한국P&G는 3일 서울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행사상품의 수익금 일부를 불우아동 감성개발 교육에 지원하는 착한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303....

저성장·저소비 경제로 경쟁력 커져

또 다른 유형은 국내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은 돈이 되지 않아 기업이 진출하지 않는 영역과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 서비스 영역에서 주로 활동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기업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엄연한 기업이다. 기존의 사회 봉사 단체와 구별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착한 기업과 착한 소비는 서로를 강화하면 선순환 관계를 형성한다. 착한 소비는 물건을 살 때 가격과 품질뿐만 아니라 생산 과정,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도덕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 소비, 공정무역, 로컬 푸드 구매, 공정여행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착한 기업은 착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이다. 반대로 착한 소비는 더 많은 기업들이 ‘착한 기업’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착한 소비가 가장 빠르게 뿌리내린 곳은 커피 업계다. 최근 이 업계에서는 공정무역 원두를 쓰는 커피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운영하는 ‘아름다운 커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커피는 2005년 첫선을 보인 이후 매년 300%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판매 수익금은 생산지 커피 농가와 개발도상국 지원에 사용된다. 스타벅스도 2005년부터 공정무역 인증 원두인 ‘카페 에스티마’를 판매해 왔으며 매년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착한 기업과 착한 소비가 각광 받게 된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달라진 기업 경영 환경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고성장 체제에서 저성장 체제로, 과소비 경제에서 저탄소·저소비 경제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도래는 사람들의 투자 패턴과 소비 패턴을 바꿔 놓는다.

우선 성장률이 떨어지면 돈이 아닌 고용 안정, 상생, 친환경 같은 다른 가치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커진다. 이는 착한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저탄소 경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은 대량 소비, 과소비에서 절제된 소비, 착한 소비로 가치의 중심을 옮기게 된다. 2012년에도 착한 기업, 착한 소비에 관심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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