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핫 트렌드] 역사 분석·정보 공유 ‘필수’

key word 12 리스크 관리


2011년은 예측할 수 없는 각종 리스크들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2월 중동 사태, 3월 일본 대지진, 8월 글로벌 재정 위기 등등 세계를 뒤흔드는 각종 위협들이 우리의 생활 터전까지 몰려 들어왔다. 2011년 12월 19일 북한에서 터져 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은 한반도는 물론 극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정세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하고 있다.
<YONHAP PHOTO-0694> 연합국제보도사진전 금상 세키구치 히로토 (서울=연합뉴스) 제1회 연합국제보도사진전 환경 보호, 기후변화 대책 싱글 분야에서 금상을 차지한 세키구치 히로토(요미우리. 일본)의 '일본지진과 쓰나미'. 2011년 3월 17일, 히라츠카 요시카츠 (66세)가 일본 북동부 미야기현 아나가와를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지 6일 후 어머니 미노리(93세)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는 폐허에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오열하고 있다. 2011.7.19 photo@yna.co.kr/2011-07-19 09:00:23/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012년에도 이처럼 안정된 사회를 위협하는 리스크들이 이어질 것은 분명하다. 아니 오히려 기존의 위기들은 또 다른 위기의 전주곡이었을 수 있다.

먼저 정치적으로 우리나라는 12월 대선이 있으며 미국은 대통령 중간 평가가 있다. 중국은 새 지도부가 등장하며 러시아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다. 또 중동 지역은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극심한 정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리스크와 관련해 가장 민감한 동향을 보이는 곳은 바로 주식 등 금융시장이다. 금융시장 역시 불안의 연속이다. 연말이나 연초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관행’처럼 다음해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대다수가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를 화두로 꺼내들고 있다. 이유는 바로 유럽 지역의 재정 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 등 부실 재정 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2012년 초를 가장 불확실한 시기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 금융사인 도이체방크는 그리스의 유로 탈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자금 조달 위기,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과 더블 딥, 중국 경기의 경착륙, 프랑스의 신용 등급 강등 등을 2012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리스크는 이미 우리 사회의 ‘중심 현상’

이처럼 전 지구적,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위협들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가 397개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려 98%의 기업들이 2년 전에 비해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기업 전반에 걸친 각종 리스크 데이터의 통합과 관리에 힘을 쓰고 있으며 리스크 담당 임원을 임명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들 임원들은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은 물론 의사결정에도 직접 관여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센츄어 측은 “리스크 관리가 이제는 사후 대응식의 보호 장치가 아니라 선제적(forward looking) 대응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ONHAP PHOTO-0404> NEW YORK, NY - AUGUST 04: A trader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after the closing bell on August 4, 2011 in New York City. The Dow plunged more than 500 points and is down more than 1,200 points since July 21. It was the market's largest one-day drop in more than two years. Mario Tama/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1-08-05 07:15:51/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물론 리스크가 ‘관리’된다면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 저명한 사회학자 울리히 백이 제시한 개념인 ‘위험사회’는 우리에게 또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 울리히 백은 이미 ‘리스크’는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중심 현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첫째, 전통사회에서 위험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강하게 다가왔다면 현대사회의 리스크는 부자와 권력자를 포함한 사회 전 영역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위험은 한 부분에서가 아니라 그 위험을 진원지로 다방면에서 등장하며 셋째, 과학의 발전으로 위험이 축소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위험에 대한 의식이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안전’이라는 가치가 모든 가치에 선행되며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전체주의’가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회 구성원의 증가로 ‘안전’은 물이나 전기처럼 공적 소비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울리히 백은 어떤 방식으로 위험사회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했을까. 그는 두 가지의 해답을 제시했다. 먼저 현대적 기술과 과학에 대한 성찰적 반성이 강화돼야 한다. 예를 들어 2008년의 금융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의 원인 그리고 이를 불러일으킨 각종 파생상품에 대한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하위 정치(sub-politics)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위험에 대한 대처는 정치가나 과학자들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 개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2년의 화두 중 하나인 ‘리스크’는 결국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정보의 공유와 연대를 통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만이 그 해결책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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