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서민을 위한 제품 만들어야죠”

홍기연 다이소아성산업 디자인실 실장


일본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홍기연(38) 실장이 다이소아성산업에 입사한 것은 1997년이다. 강동구 천호동에 균일가 생활용품점 1호점을 낸 이 업체가 디자인팀을 만들기 위해 그를 영입한 것이다. 값싼 저가품을 취급하고 규모도 작은 회사여서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 마음이 끌렸다. 홍 실장은 직접 디자이너를 뽑아 4명으로 초기 디자인팀을 꾸렸다.

그 사이 회사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천호동 1호점에서 출발한 다이소 매장이 어느새 710호점을 돌파했고 매출액도 4600억 원대로 불어났다. 생활용품·주방용품·욕실용품·애견용품 둥 2만 종 이상의 상품을 취급하는 국내 최대 균일가 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홍 실장이 이끄는 디자인팀도 마찬가지다. 4명뿐이던 디자이너가 40여 명으로 늘어났고 매달 이들의 손을 거쳐 가는 제품만 수천 종이 넘는다. 웬만한 대기업 디자인팀에 버금가는 규모다.

1973년생. 1997년 도쿄 디자인 아카데미 수료. 1997년 한일맨파워 입사. 1999년 다이소아성산업 디자인팀 팀장. 2002년 디자인 부문 경제발전공헌 산업자원부장관 표창. 2009년 다이소아성산업 디자인실 실장(현).


“다이소도 디자인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다른 ‘천냥 하우스’들처럼 일찌감치 사라져갔을지 몰라요. 조악한 디자인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거든요. 사람들은 무조건 싸다고 사지 않아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쇼핑하는 즐거움, 뭔가 좋은 제품을 샀다는 뿌듯함을 원하죠.”

실제로 디자인은 다이소 성장의 숨은 공신이다. 자체 디자인 역량은 가격에 민감한 다이소에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다준다. 다량 구매한 벌크 제품들은 캐릭터 디자인을 입혀 포장한 후 매장에 내놓게 된다. 이때 기존 캐릭터를 쓰면 로열티 부담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다이소는 이를 내부에서 소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른 매장에서 2000 ~3000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저렴하게 소싱해 다이소에서 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제품 패키지 교체가 필수다.

다이소 디자인팀의 손길이 닿으면 똑같은 제품이더라도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도 디자인은 더 고급스러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홍 실장은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에 고급 매장, 고급 제품의 디자인으로 맛볼 수 있어야 한다”며 “99% 서민을 위한 디자인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이소아성산업의 모기업 한일맨파워는 일본 다이소의 최대 제품 공급사다. 현재 한일맨파워를 통해 일본 다이소에 납품되는 제품의 20%가량이 홍 실장이 이끄는 디자인팀의 작품이다.

“한국 다이소가 일본 다이소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훨씬 일찍 인식했어요. 일본에서도 한국 다이소의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하죠.”

일본 다이소의 디자인팀 창설을 돕고 초창기 디자이너 교육을 해준 주인공도 바로 홍 실장이다. 그는 지금도 매달 한 번 1주일씩 일본 출장을 다녀온다. 일본 다이소와 신규 디자인을 협의하고 일본 시장의 트렌드도 살펴보기 위해서다.

홍 실장은 요즘 ‘보로코로’ 캐릭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모든 연령층에서 사랑받는 대중적인 캐릭터로 키워낸다는 꿈이다. 도시락 용기에서 팬시 제품까지 다양하게 보로코로 캐릭터를 적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꾸준히 관련 제품을 추가해 매장 내에 독립적인 보로코로 판매 코너를 만들 계획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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