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헤지펀드의 진실, 펀드 매니저의 고백’’ 外

금융계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모험가들

헤지펀드의 진실, 펀드 매니저의 고백
라스 크로이저 지음┃박경락 외 옮김┃311쪽┃새로운 제안

2002년 덴마크 출신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 라스 크로이저가 런던에서 홀테캐피털이라는 헤지 펀드를 설립했다. 코펜하겐 북쪽에 있는 자신의 작은 고향 마을에서 이름을 따왔다. 직원은 절친한 대학 친구 한 명이 전부였다. 그들은 갓 서른을 넘긴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이었다.

런던 서부 비좁은 아파트에서 낡은 컴퓨터를 놓고 시작한 이들의 펀드는 몇 년 후 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무너졌다. 이 책은 베일에 싸인 헤지 펀드의 일생을 기록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헤지 펀드’라는 단어에서 거액을 건 위험한 도박판이나 버나드 매도프의 사기에 맞먹는 악덕한 투자 행위를 연상한다. 하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헤지 펀드 업계의 뒷이야기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홀테캐피털을 운영하던 동안 결코 도박성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헤지 펀드의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세계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매우 총명한 인재들이다. 그들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국면을 찾아내기 위해 복잡한 금융 분석을 하는데 끝없이 시간을 투자한다.

원래 헤지 펀드는 스타급 펀드매니저가 독립해 회사를 설립하기만 하면 입소문만으로 거액의 투자 자금이 모여드는 일종의 ‘금융 벤처’의 형태로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 분야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되자 결국 대규모 조직을 통해 다수의 전략을 구사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 때문에 헤지 펀드는 금융 상품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홀테캐피털의 출범은 순탄치 않았다. 30세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신생 헤지 펀드에 선뜻 돈을 맡길 투자자는 많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예상 투자자들을 만났지만 돌아오는 것은 좀 더 활동을 지켜보겠다는 차가운 반응뿐이었다. 처음 100만 달러 투자를 받던 날 저자는 굳은 결심을 한다. ‘누군가 우리를 믿고 100만 달러를 맡겼다고! 그들은 이 세상 어디에든지 투자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결코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펀드 설립에서 투자자 모집, 수익률 구조 짜기, 매일매일의 펀드 운용까지 글로벌 헤지 펀드 업계가 실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보여준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
알렉스 벨로스 지음┃김명남 옮김┃488쪽┃까치┃2만 원

심오한 수학 원리의 재발견

12는 10보다 우월하다. 12가 10보다 나누어떨어지는 약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십진법을 쓸까.

편리해서? 그건 오랜 시간 익숙해진 덕분이지 십진법이 편리해서가 아니다. 이유는 사람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열 개이기 때문이다. 수를 헤아릴 때 손가락으로 ‘하나 둘’하고 꼽으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데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서 십진법이 일반화된 것이다. 옛날에 사람들은 다양한 진법을 사용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유산이 남아 있는데 12진법의 대표적인 잔재가 시간이다. 하루는 12에 2를 곱한 24시간, 한 시간은 12에 5를 곱한 60분으로 정해져 있다.

아마존 밀림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과 뉴욕에 살고 있는 사람은 숫자를 느끼는데 차이가 있다. 뉴욕에 있는 사람은 1과 2의 차이가 1인 것처럼 8과 9의 차이도 1로 인식한다. 반면 아마존에 있는 사람들은 1과 2의 차이는 1이지만 8과 9의 차이는 1보다 훨씬 적은 예를 들면 0.6 정도로 알고 있다. 9와 10 사이는 0.5로 숫자가 크면 클수록 숫자 사이에 격차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최초 사람들이 숫자를 세야 했던 이유 때문에 생겼다. 원시시대에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냥감이 몇 개인지 알기 위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사람의 눈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거리가 좁다고 느끼기 때문에 숫자 교육을 받지 못한 아마존 사람들은 멀리 있는 숫자일수록 차이가 작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학은 기하학에서 출발했다.

나일강이 범람하고 나면 영역을 다시 정하기 위해 선을 긋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수학이 탄생한 것이다. 수학은 그리스로 넘어오면서 철학으로 정립됐다. 그 정점에 있는 이가 피타고라스로 10을 신성한 수로 섬기던 사람이었다. 10이 자연수 네 개를 더한 값이기 때문인데(1+2+ 3+4=10), 1, 2, 3, 4는 세상의 네 원소인 불·공기·물·흙을 뜻한다고 생각했다. 기하학에서 가장 유명한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다른 두변의 제곱의 합과 같다’는 정리도 그가 만들었다.

‘0’이라는 개념의 도입도 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철학적 논란이 있지만 ‘0’은 다분히 자리 숫자를 맞추기 위해 시작됐다. 60까지 숫자를 10개씩 6줄로 늘어놓을 때 0이 없으면 첫 줄의 모양이 이상해지는데 이런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0’을 쓰기 시작한 것은 바빌론이었고 인도로 전해지면서 철학적 의미가 부여됐다.

학교에 다닐 때 수학을 싫어했던 사람, 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 수학을 암기 과목으로 여겼던 사람 모두 읽어보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베이징 컨센서스
스테판 할퍼 지음┃권영근 옮김┃324쪽┃21세기북스┃1만5000원

중국식 경제 발전 모델에 대한 탐구서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미국의 시대를 대표했다면 ‘베이징 컨센서스’는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파워를 상징한다.

중국은 사유재산권 인정과 혼합적 소유 구조, 정부의 폭넓은 개입으로 요약되는 ‘시장 권위주의’ 체제를 완성했다. 저자는 이것이 제3세계 국가들에 유효한 경제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묻는다.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가 왜 실패했고 서구 발전을 이끈 민주적 가치들이 어떻게 매력을 잃어가게 됐는지도 짚어본다.



>>위험한 은행
사이먼 존슨 외 지음┃김선희 옮김┃352쪽┃
로그인┃1만8000원

미국의 유명 경제 블로그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의 공동 운영자인 사이먼 존슨과 제임스 곽이 미국 금융의 역사를 미국 민주주의와 거대 금융의 대결로 그려낸다.

제임스 곽은 맥킨지컨설턴트 출신의 한국계 소프트웨어 기업가다. 이들은 ‘금융은 좋은 것이고, 규제받지 않은 금융은 더 좋은 것이며 자유로운 금융이 제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금융의 이데올로기와 월스트리트의 정부 통제를 비판한다.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정덕구 지음┃340쪽┃중앙북스┃1만5000원

2012년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를 재조명했다. 중국은 한국을 무시하지 않는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한국 뒤에 보이는 미국 때문에 강한 경계심을 갖는다.

한국을 미국의 동아시아 전진 캠프쯤으로 여긴다. 분명한 사실은 한중 관계가 부단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민성이 지고는 못사는 승부 근성이라면 중국의 국민성은 시기와 질투다. 혐한 감정을 보이는 중국인들은 한국을 역사 왜곡의 주범이며 중국 문화의 아류라고 주장한다.



>>현자들의 평생공부법
김영수 지음┃376쪽┃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중국 5000년 역사 속에 등장하는 현자들은 과연 어떻게 공부했을까. 그들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20년 동안 중국사의 현장을 누비며 연구해 온 저자가 이 물음에 답한다.

‘사기’ 속에 등장하는 소진·장의·손빈·장량·이사·편작·사마상·항우·주매신 등 9명과 공자·맹자·사마천·제갈량·한유·주희·고염무·정섭·노신·모택동 등 중국 역대 현자 10명의 공부법과 독서법을 소개한다. 참된 공부는 출세가 아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위한 것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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