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마시기 위한 3가지 전략
40대 중반의 직장인 S 씨는 연일 계속되는 술자리 때문에 심신이 고달프다. 알코올 때문인지, 피로감 때문인지 감기도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직 보름 넘게 남아 있는 12월 달력에 ‘송년회’ 약속이 빼곡한 걸 보니 걱정이 앞선다. 연말이 돌아왔다. 술 마실 핑계를 찾아다니는 ‘주당’들에게도 ‘두려운’ 시즌이다.연간 술 소비량의 3분의 1이 ‘집중적으로’ 소비된다는 연말연시. “술을 방사성물질과 같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암 발생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경고일 뿐 연말 술자리에서는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가 여전하다.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할 터. 인제대 음주연구소장 김광기 교수의 조언을 토대로 ‘술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다.
음주량, 계산하면서 마셔라
물론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만 마시고 말 술이 아니지 않은가. 더구나 하루가 멀다고 술자리 약속이 있는 요즘이라면 더더욱 ‘알코올 양’을 따져가며 마셔야 한다. WHO는 남성은 하루에 소주 반 병, 여성은 4분의 1병 이상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고 한국건강관리협회는 1회 적정량으로 남자는 소주 3잔, 여자는 소주 2잔을 권한다.
적정 음주량 기준에 대해서는 각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데, 이는 나라마다 절대 알코올 도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암 예방 가이드라인에 따라 1회 기준으로 남자는 소주 3잔, 여자는 2잔을 넘지 말 것을 권한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 적정 음주량이란 없다. 일례로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홍조증’은 우리나라 사람의 30%에게서 발견되는데, 이들은 태생적으로 알코올 소화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술을 멀리해야 한다.
절대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미국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국에선 매일 마신다는 가정 하에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 하루에 마시는 양이 남자는 4잔, 여자는 3잔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미국의 절대 알코올 도수는 1잔 기준 알코올 양 14g이다.
즉, 남자는 하루에 4잔이 최고량이니 알코올 양으로 환산하면 56g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나라 술로 환산했을 때 19도짜리 소주 1병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여자는 5잔 정도). 수치적으로만 따지면 매일 2잔씩 1주일이면 14잔까지 가능하니 하루에 4잔을 마신다고 하면 3.5일을 마실 수 있는 셈. 역시 우리나라 식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소주 1병을 마신다고 했을 때 3일 정도는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계산은 계산일 뿐이다. 하루에 소주 1병을 마셨다면 그 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마실 수밖에 없다면 최소 3일은 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참고로 알코올 양 계산법을 알아보자. 알코올 양은 술의 양×농도로 계산한다. 가령 20도짜리 소주 1병(360ml)이면 순수 알코올 양은 360×0.2=72ml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알코올 비중은 0.8이므로 72ml×0.8=57.6g인 셈이다. 맥주 역시 500ml에 알코올 도수 4%라면 순수 알코올 양은 20ml, 무게로 환산하면 16g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주종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다르지만 잔의 부피 역시 다르기 때문에 소주 1잔, 맥주 1잔, 양주 1잔에 든 알코올 양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술에 대한 ‘속설’을 경계하라
우리나라처럼 술에 대한 ‘속설’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중요한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 보자. 매일 마시는 것보다 폭음한 뒤 며칠 쉬는 게 낫다? 아니다. 술은 폭음하는 습관이 가장 나쁘다. 천천히 오래 마시는 게 좋다.
오히려 폭탄주가 낫다? 아니다. 폭탄주가 낫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한 번에 많이 마시고 취해 버리면 그 후 마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텐데, 그렇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확 올라가 건강에 굉장히 해롭다. 다만 꼭 주종을 ‘섞어서’ 마셔야 한다면 도수가 낮은 술부터 마시는 게 좋다. 독한 술을 먼저 마시면 위 점막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나중에 마시는 술은 그대로 간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탄산음료를 섞어 마시면 좋지 않다? 그렇다. 술을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와 섞어 마시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마시기는 쉽지만 탄산음료가 위장을 자극해 위산과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해장술 한두 잔은 괜찮다? 절대 아니다. 해장술은 단 한 잔도 상당히 위험하다. 전날의 과음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그 통증이나 아픔을 잊기 위해 마시는 해장술은 내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듣지 못하게 막아버리기 때문에 아주 위험하다.
시판되는 해독 음료가 도움이 된다? 그렇지 않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종류의 해독 음료들은 수분 보충 정도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의학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상인의 알코올 분해 시간은 시간당 소주 1잔이다. 마신 술의 양 만큼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약을 복용 중일 때는 음주를 피해야 한다? 그렇다. 한약을 비롯해 ‘건강상’의 이유로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음주는 피해야 한다.
술자리 문화와 인식을 바꿔라
요즘은 연말 단체 송년회 대신 봉사 활동을 하거나 문화 행사 후 간단히 맥주 한 잔을 마시는 등 회식 문화를 ‘생산적으로’ 바꾸는 기업들이 많아졌는데 바람직한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술자리는 즐겁기 위한 것이다. ‘즐거운’ 술자리를 위해 다음을 기억하라.
첫째, 상사를 바꿔라. 술 마시는 회식을 좋아하는 ‘아랫사람’은 많지 않다. 즉 술자리에 참석한 인원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상사의 성향에 따라 술자리 성격이 좌우된다. 따라서 상사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약간의 정을 통할 정도로 적절히 술자리를 주도한 후 빠져주는 게 좋은 상사의 조건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술자리에선 주도권을 내줘라. 술자리를 주도하는 게 집단을 주도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또한 술자리를 주도한다고 해도 다음날이면 잊어버리는 게 술자리의 속성이다.
셋째, 개성을 존중하라. 사람마다 먹는 밥의 양이 다르다. 식사할 때 밥을 제일 많이 먹는 사람에게 맞춰 먹지 않듯이 술자리도 각자의 주량을 존중해야 한다.
넷째, 술을 덜(안)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센스 있는 처세술이 필요하다. 술을 덜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방법이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한자리에 오래 있지 않고 자리를 계속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1차를 빨리 끝내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열심히’ 하는 식이다. 궁핍하지만 ‘보약’도 한두 번은 핑계가 된다. 다만 매번 ‘보약’을 먹을 수는 없으니 순간 기지를 발휘하라.
TIP 자신의 음주 습관이 궁금하다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자신의 음주 습관과 행동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바람직한 음주 생활에 도움이 된다. 최근 개발된 음주 관련 사이트 술맛닷컴(www.sulmat.com)을 방문해 볼 것. 여기에 가면 자신의 성별과 연령을 고려해 자신의 음주 습관과 음주 행동이 어떤 수준인지 측정해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음주 관련 상식과 폭음 예방을 위해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만화·플래시 등으로 보여줘 많은 도움이 된다.
알아두면 유용할 수도 있는 음주 관련 앱들
▶ 얼마나 마셨니… 한 잔 마실 때마다 해당 주류의 캐릭터를 터치, 설정에 미리 저장해 둔 주량을 넘어가면 역시 설정에 ‘119’로 지정해둔 번호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거나 문자를 보내도록 안내해 준다. 자동으로 기록되는 음주 달력에는 틈틈이 음주 당일 현장의 소리가 녹음돼 있어 사라질 뻔한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다.
▶ 당신 멋져… 아이디어 넘치는 건배사에서부터 개인의 음주량 및 컨디션을 관리해 주는 앱이다. 음주 통계, 스케줄러를 이용한 술자리 약속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술계부와 술자리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는 술자리 게임, 해장법 및 지역별 콜택시 및 대리운전 업체 정보 제공 및 전화 걸기 기능 등을 제공한다.
▶ 폭탄주 카메라… 카메라를 비춰 폭탄주를 ‘쉽게’ 제조하도록 하는 앱이다. 양주+맥주=원조, 소주+맥주=쏘맥, 맥주+양주=금테주 등 6가지 종류의 폭탄주를 잔 크기에 맞춰 촬영하면 ‘오래 살자’, ‘최고의 맛’, ‘먹고 죽자’ 등 3가지 버전의 원하는 맛을 선택할 수 있다. 단, 개인차를 감안하지 않으니 참고할 것.
▶ 숙취 해소… 친환경 그린 음악을 통해 숙취 해소를 돕는 앱이다. 그린 음악은 약 2000Hz의 동요풍 경음악에 자연에서 녹취한 새소리·물소리·소울음소리 등 내추럴 사운드를 조화, 동식물의 생육과 자연 치유력을 촉진하는 음악으로 각장 작물 생산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음원이다. 녹십자의료재단 임상검사센터의 실험 결과 음원을 들은 날이 듣지 않은 날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11%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주 후 다음날 숙취가 발생하면 섭취한 술의 종류를 선택한 후 약 20분 내외로 그린 음악을 청취하면 된다. 유료 앱.
▶ 음주 측정기… 성별, 체중, 음주량, 음주 후 경과 시간을 대입해 혈중 알코올 농도의 예상치를 측정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현재 체내의 혈중 알코올 농도의 예상치를 계산해 알려주는 앱이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 통계 수치에 준하는 대략적인 참고 수치이므로 절대로 맹신하지 말 것.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