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경영경제계열의 대변신
중앙대는 지난 1월 경영학과 경제학을 하나의 학문 단위로 묶은 경영경제대학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8월 기존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경상계열을 하나로 묶으면서 학생 수 총 7268명의 거대 단과대학이 태어났다.
이로써 중앙대 전체 정원의 25%를 차지하는 경영경제대학은 중앙대의 5개 계열 중 최우수 인재가 집결하고 중앙대의 미래를 짊어질 핵심 계열로 거듭나고 있다. 중앙대의 박용성 이사장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경영경제대학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경영경제대학을 선도적으로 발전시키면서 대학 전체를 끌고 가는 식으로 편제를 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경제계열은 경영경제대학·경영전문대학원(MBA)·산업창업경영대학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경영경제대학 내에는 9개 학부로 편성돼 있다. 경영경제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은 1350명이다. 정원은 경영학부 750명, 경제학부 280명, 그리고 글로벌금융·국제물류학과와 같은 특성화 학과로 구성돼 있다. 박 이사장의 기본 전략은 경영경제 전공을 한 해에 1000명씩 배출한다는 것이다. 정원 외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과 실업계 지식경영학부 등을 포함하면 1500명까지 그 수가 늘어난다.
미국 아이비리그 돌며 교수 유치 노력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 경영·경제 분야 전문 교육기관으로서 교육과 연구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이와 함께 중앙대는 3년 전부터 전공을 불문하고 전교생에게 회계학을 교양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이 또한 약학이나 예술을 전공한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회계학이 필수라는 것이 박 이사장의 실용 학문 위주의 발상이다.
이러한 전략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중앙대가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것이 책임부총장제다. 경영경제계열을 비롯해 인문사회·자연공학·의약학·예체능의 5개 계열을 각각 이끌 부총장을 각각 임명하고 그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파격적으로 부여한다는 구상이다. 책임부총장제의 도입 배경은 기존 학장제로는 대단위 경영경제대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많은 경영대 학장들이 교수로서 수업과 연구뿐만 아니라 대외 업무, 발전기금 마련, 경쟁력 강화 전략 수립 등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과중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계열별 책임부총장은 단과대학의 교원 임용, 교직원 인사, 예산, 연구 지원 등을 맡아 독립적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는다. 책임부총장은 꼭 교내 교수가 아니더라도 전문 경영인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지난 1월부터 경영경제계열을 맡고 있는 장지인 부총장에 따르면 수년 후에는 계열 부총장이 등록금까지 자체적으로 책정하는 완전한 독립 채산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0일자로 교육과학기술부에 통합 인증을 받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는 앞으로 수년에 걸쳐 단계별로 통합이 이뤄진다. 현재 진행 중인 2012학년 신입생 전형부터 안성캠퍼스의 경영·경제학과의 모집을 중단했다. 올해부터 서울과 안성 구분 없이 경영경제대학으로 1350명을 선발한다.
올해 선발되는 통합 경영경제대학의 신입생들이 졸업반이 되는 2014년 이후면 안성캠퍼스의 교수들도 모두 서울캠퍼스로 옮겨온다. 그리고 같은 해 현재 건설 중인 신경영경제관이 준공되면 물리적·행정적으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양 캠퍼스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학생 수뿐만 아니라 교수 수에서도 경영대만 80명 가까이로 늘어난다. 현재 경영대 교수를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교수는 2014년쯤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80명 이상의 교수를 확보한 곳은 고려대 경영대밖에 없다.
교수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 외에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교수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대는 기존 급여 체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파격적인 연봉과 인센티브를 제시해서라도 우수 교수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장 부총장은 “최근 중앙대 경영대는 교수 채용 공고에서 인원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며 “우수한 교수는 인원 수 상관없이 언제든 모두 뽑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해외 유수 대학에서 은퇴한 교수를 모셔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재 학계에서 가장 활동적인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대 측은 지난 10월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의 주요 대학을 순회하며 유치 대상 교수를 물색하고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여름방학 등을 이용해 임시 계약직식으로 해외 석학이 국내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현재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 해외 금융시장 방문까지 지원
한편 국제화 또한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의 주요 과제다. 전통적으로 영어 실력 등에서 중앙대 졸업생들이 다소 열세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대는 현재 세계 52개국 324개 대학과 협정을 맺고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확충해 가고 있다. 해외 자매 대학에서 1년간 수학하게 하는 교환학생 프로그램 외에도 양교에서 학사 학위를 받는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다 많은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방문 학생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일부의 프로그램은 장학생을 선발해 항공료와 생활 보조비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귀국 후 최초 1학기 중앙대에서의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등 대대적으로 국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입학 성적 전국 0.2% 수준의 학생이 들어오는 글로벌금융학과는 전액 장학금 제도에 기숙사 지원, 해외 금융시장 방문 프로그램까지 학교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올해로 36번째를 맞은 오세아니아·아시아 영어 토론 대회인 오스트랄(Australs)도 중앙대의 국제화 전략에서 중요한 행사다. 지난 7월에 열린 대회에서는 25개국의 50~60개 대학에서 온 800명 학생이 장장 1주일간 영어 실력과 논리적 사고를 겨뤘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이 대회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경영대의 인재들이 자존심을 걸고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결전의 장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일련의 중앙대의 변화와 개혁 실험을 두고 타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많은 이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학을 과도하게 기업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책임부총장제 등의 개혁은 타 대학에서도 벌써 벤치마킹하고 있다. 중앙대 경영경제대학은 개교 100주년이 되는 2018년까지 국내 5위권의 경영대, 세계 100대 비즈니스 스쿨에 진입할 것을 비전으로 삼았다. 중앙대의 새로운 도전의 성공 여부는 현 체제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 사회로 배출되고 활약하게 되는 5~10년 후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