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 쿠노인터랙티브 대표
쿠노인터랙티브는 본격 리얼 게임 회사다. 이렇게 본격이니, 리얼이니 하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이 회사가 국내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콘솔 게임용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콘솔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 외에도 이 회사는 게임 개발사답게 비교적 많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투자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창업진은 모두 한국인이지만 중국·영국·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창업을 했다는 것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쿠노인터랙티브를 만든 김상준 대표는 스토리가 제법 있는 인물이다. 첫인상부터 그랬다. 사장이지만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하고 있는 그는 연륜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에 두 번 입학했다. 1990년대 초반 모 대학에 입학해 군대까지 마쳤지만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국민대 미디어디자인학과 00학번으로 재입학하게 만들었다. 국민대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그는 나래디지털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3D(입체)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했다.
나래에서 일은 뜻대로 안 됐지만 그는 훗날 함께 창업하게 되는 사람들을 모두 이곳 나래를 통해 만나게 됐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이 지금 쿠노인터랙티브를 공동 창업한 연경흠 부사장이다. 나래디지털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02년 김 대표가 광고회사로 이직하고 연 부사장이 아주대로 옮기면서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아주대를 통해 두 사람의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아주대에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맡게 된 연 부사장은 애니메이션 팀장으로 일하면서 장진만(쿠노인터랙티브 CTO) 씨를 만났고 장진만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절친인 류태영 이사를 알게 된다. 김 대표와 연 부사장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장 CTO와 류 이사는 게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연 부사장이 2008년 아주대를 떠나 CJ를 거쳐 중국으로 떠나면서 이들은 다시 헤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이 다시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리로 뭉친 사나이들
사람이 어떤 일을 도모할 때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은 신기한 현상 중 하나다. 광고회사와 공공 기관 등에서 일을 하면서도 김 대표는 가끔씩 연 부사장과 연락해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애니메이션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현실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때 두 사람은 밴쿠버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만난 아주대 멤버들 중 류 이사와 장 CTO를 떠올리게 된다. 연 부사장이 아주대에 있던 시절 두 사람과 알게 됐고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도 이들이 합류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류 이사는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기술을 게임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아주대를 나와 미국 USC(남가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연구원 생활을 했던 류 이사는 다양한 기능성 게임과 고화질의 콘솔 게임에 관심을 갖고 창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들을 만나보면 그들만의 끈끈한 의리로 뭉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여러 곳을 거치고 때론 허송세월을 하기도 했지만 꿈을 좇아 노력해 왔다는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었다. 그가 합류하면서 4명의 창업진이 완성됐다.
10월 말께 쿠노인터랙티브에 합류한 이세현 아트실장은 프로그래머 출신이지만 아트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민을 간 부모님을 따라 남아공에서 살다가 영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테크니컬아트리드로서 키넥트 스포츠 1, 2를 개발하는데 참여한 이 실장은 김 대표와 쿠노인터랙티브가 찾던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정통 콘솔 게임의 개발 과정을 다 겪었다는 점, 글로벌 회사에서 팀을 이뤘다는 점, 자신이 만든 게임을 출시해 봤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쿠노인터랙티브에 필요한 최적의 경험과 기술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가족 문제 때문에 한국에 돌아와야 되는 상황이 된 이 실장은 공부나 하자는 차원에서 쿠노인터랙티브를 방문했다가 덜컥 입사하게 됐다. 그가 낚인 것인지, 화룡점정을 찍은 것인지는 곧 알게 될 것 같다.
쿠노인터랙티브가 만들고 있는 게임은 뮤턴트 디펜스(Mutant Defense)라는 일종의 디펜스 게임이다. 방어가 게임의 핵심인 이 장르는 콘솔 게임 영역에서도 디펜스그리드·새비지문 등 유명 작들이 포진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영역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고 대작의 수가 적은 곳이다.
작년 4월부터 게임을 기획한 쿠노인터랙티브의 창업진은 작년 10월 법인을 설립하고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외부 활동을 했다. 지난해 정부 지원 과제 중 뉴미디어 지원 사업, 게임 지원 사업 등에 선정되면서 7억 원 가까운 돈을 지원받았다.
올 들어서는 LG전자의 모바일 콘텐츠 지원 사업 1호로 선정되면서 추가로 개발금을 지원받았다. LG전자는 사업 자금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유통 과정도 돕기로 했다. LG전자는 첫 사업으로 쿠노인터랙티브에 해외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콘솔 유통 기반이 취약한 한국에 근거를 둔 개발사인 쿠노인터랙티브로서는 개발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통 부문에 대한 지원이다.
경쟁 덜 치열하고 대작 수 적은 영역 공략
이 회사가 지금까지 외부에서 투자받은 자금만 1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이 정도면 벤처치고는 개발비가 넉넉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지만 게임, 그것도 콘솔 게임이라는 분야를 감안하면 꼭 자금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김 대표가 개발 중인 뮤턴트 디펜스를 직접 보여줬다. 장 CTO가 게임 화면을 조작하면서 설명해 줬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사양·고화질 게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작은 언뜻 복잡해 보였지만 몇 번 따라 하다 보면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게 단순화했다.
쿠노인터랙티브는 액션 게임 ‘모로’, 퍼즐 게임 ‘룸즈2’ 등 뮤턴트 디펜스에 뒤이어 나올 게임들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이 분야의 개발자들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경제 학습용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 플라잉팬 등과 공동 제작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기반이 취약한 콘솔 게임은 아무래도 해외시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다양한 유저들의 입맛에 맞추면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게임사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이 회사는 이렇게 초기부터 타이틀 수를 여러 개 가져가는 전략을 취했다. 김 대표는 “현재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뮤턴트 디펜스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지만 콘솔 전문 개발사로 크기 위해선 시장의 반응이 있을 때 좋은 게임들이 잇따라 나와야 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퍼블리셔들과 협력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