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궁 OGQ 대표
1남 1녀의 장남인 김무궁 OGQ 대표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당시 삼성대리점에서 일했던 삼촌이 자신의 PC를 써보라며 ‘어린이 김무궁’에게 주고 갔기 때문이다. PC는 그에게 상상도 못하던 완전 새로운 세상이었다. PC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김무궁 어린이는 PC를 계속 쓰면 PC가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PC가 쉬려면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PC 앞에서 노래를 불러줬다고 한다.
PC를 너무 모르다 보니 사고도 터졌다. 더러워졌다며 PC를 욕실로 갖고 가 물로 박박 씻은 것이었다. 김무궁 어린이는 PC를 전부 분해해 부품을 꺼내놓고 말렸다. 말린 부품을 모아 PC를 다시 조립했다. 다행히 PC는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1년쯤 배우니까 재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그는 실행파일 ‘.exe’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싶었는데 그걸 하려면 C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학원 원장 선생님에게 듣게 된다.
결국 그는 삼성동 서울서점에서 C 언어와 컴퓨터 잡지 등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불과 2~3년 전 컴퓨터에 노래를 불러주던 이 소년은 개발자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중학교 2학년이 된 김무궁은 PC통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친구 호스트’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컴퓨터에 노래를 불러준 소년
고 1때 단체 메일 발송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지금이야 단체로 메일을 전송하는 게 아주 일반화돼 있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기능은 흔하지 않았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대기업에서도 찾는 일이 생겼다.
청소년 김무궁은 초등학교 때 그랬던 것처럼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도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것에 올인해 살았다. 그에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장 자신 있는 일이었고 가장 재미있는 세계였다. 그 세계에 흠뻑 빠져 살던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만들었다. 1999년 8월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보 올림피아드에 나간 그는 쇼핑몰 시스템을 만들어 금상을 타게 된다.
둔촌고를 졸업한 그는 2002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입학했다. 첫 학기 학점은 충격적이었다. 제적 기준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이다. 다행히 1학년 1학기를 갓 마친 학생에게 기회를 주기로 해 그는 학교에 남을 수 있게 됐다. 심각함을 느낀 그는 일단 휴학했다.
휴학했지만 그는 도서관으로 달려가지 않고 P2P 중고 거래 메신저로 창업했다. “당시 다른 학교 선배들과 팀을 만들었는데 그때 팀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요. 저와 잘 맞지 않았죠. 그래서 잠시 하다가 2학년 때 복학했습니다.”
여자 친구의 격려 덕에 그는 1학년 때 제적 당할 뻔했던 상황을 딛고 높은 학점을 계속 받으면서 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병역 특례로 군 생활을 하게 된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분석하는 사이람이라는 회사와 나우콤에서 2008년까지 병역 특례 기간을 보냈다. 사이람과 나우콤에서 그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훗날 창업을 같이하게 되는 박정수·이소라 씨 두 사람을 만난 것이다.
복학한 그에게 때마침 학교 친구가 그에게 ‘신철호’라는 사람을 소개해 줬다. 신철호 씨는 2000년대 초·중반 포스닥이라는 사이트를 개발해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같이 창업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처음 만난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창업 모의를 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사이람에서 만난 박정수 씨, 나우콤에서 알게 된 이소라 씨를 설득해 4명의 창업멤버가 완성됐다. 올 2월 이들은 OGQ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OGQ라는 회사 이름은 무슨 뜻일까. “회사 이름을 놓고 창업 멤버들이 토론을 좀 했습니다. 우리가 지향할 바에 대해 각자 단어를 하나씩 써보기로 했죠. 그러면서 세 단어가 최종적으로 선택됐습니다. 오픈(Open)·글로벌(Global), 그리고 질문을 많이 하자는 뜻으로 퀘스천(Question)이었죠. 그 세 단어의 각각 첫 글자를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어요.”
이사회 의장은 제일 연장자이자 창업 자금을 마련한 신철호 씨가 맡았고 김무궁 씨가 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모바일로 강연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인 ‘테드 에어(Ted Air)’를 출시했다. 14일 동안 개발해 5월 23일 출시한 ‘배경화면(Backgrounds)’이라는 앱이 대히트를 쳤다. 50일 동안 전체 안드로이드 앱 중 1위를 했고 누적 다운로드가 900만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매일 전 세계에서 10만 명 정도가 다운로드하고 있어요. 조만간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할 것 같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배경화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데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배경화면 앱들이 검색이 불편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성인 콘텐츠는 배제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그래야 좀 더 많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을 택했지만 모바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죠. 그래서 우리는 툭툭 넘기고 스크롤 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했습니다.”
앱에 붙는 광고 수익으로 운영비 충당
그의 이런 생각은 적중했다. 수많은 배경화면 관련 앱이 있었지만, 그래서 그 쪽은 완전 레드오션 시장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었지만 그 많은 앱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OGQ가 개발한 배경화면은 독보적으로 승승장구했다.
배경화면 앱이 잘되면서 이 앱에 붙는 광고비만으로도 회사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됐다. 배경화면 히트에 힘입어 최근 OGQ는 ‘스타 배경화면’이라는 앱을 새롭게 출시했다. 스타들의 사진으로 배경화면을 꾸밀 수 있는 앱이다.
그는 소셜 게임 앱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다. “소셜 게임을 모바일로 할 수 있는 그런 앱을 계획하고 있는데 그 앱은 기존 소셜 게임을 모바일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모바일에서 턴제 방식의 게임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턴제 방식은 서로 번갈아 가면서 플레이하는 그런 게임이다. “바둑 같은 게임처럼 서로 번갈아 가면서 두는 그런 그럼에 모바일에서 상당한 수요가 있다고 봅니다.”
무엇을 내놓든 그의 목표는 명확했다. “1000만 다운로드 이상 간다고 확신하는 그런 앱들을 개발해 출시할 겁니다. 그런 분야에 집중적으로 도전하려고 합니다. 굳이 특이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고 즐기면 되죠. 그런 앱들을 다수 보유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