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해운업 시장 전면 개방- 2012년 ‘100% 외투 법인’ 설립 가능


유럽인들이 대항해시대에 아시아로 진출하기 이전부터 중국과 인도를 잇는 뱃길은 인류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와 상품의 교역이 이뤄진 수단 중 하나였다. 베트남은 중국과 인도 간 무역로의 중간에 있고 3260km에 달하는 긴 해안을 갖고 있어 예로부터 중국과 일본의 무역선이 말라카 해협을 지나기 전에 거쳐 가는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도차이나반도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지역에서 생산·채굴된 공산품과 자원의 이동 경로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지형학적 중요성에 기초한 해운업의 성장 가능성과 가치를 고려한 듯, 베트남은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해운업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보적인 자세를 취했다. 베트남의 WTO 양허안에 따라 WTO 가입 후 2년이 지난 시점(2009년)부터 외국인이 베트남의 해운업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 형태도 현지인과의 합작 법인(JV) 설립만 가능하고 외국인의 지분율은 원칙적으로 49%를 초과할 수 없었으며 국제 운송만을 목적으로 하는 해운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51%까지 허용됐다. 외국인이 투자한 합작 법인의 수도 2009년에는 8개까지 허용됐고, 그 이후 2년마다 추가로 3개씩 허용됐다.

그러나 WTO 가입 후 5년이 되는 2012년부터는 제한이 철폐되고 외국인에게 전면적으로 시장이 개방된다. 베트남 감독 당국은 WTO 양허안상으로는 시장 개방을 약속한 몇몇 업종에 대해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법령이 제정되기 전에는 외국인에게 해당 업종의 투자 허가를 내주지 않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런데 해운업 분야에 관해서는 2007년 9월 5일 규정(Decree) 140을 제정하고 해운 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 지분율의 제한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가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은 규정 140에 따라 2012년부터 100% 외투 법인의 형태로 해운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위와 같이 2012년에 시장이 전면 개방되는 것은 해상 여객 및 화물 운송에 한정되고 이와 관련된 기타 운송·물류 업종에 대해서는 <표>와 같은 지분 제한이 계속 유지될 예정이다.

베트남의 해운업 시장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연간 2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세계경제의 변동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2009년에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 여파로 상당한 손실을 본 반면 2010년에는 주요 현지 업체들이 모두 좋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다시 2011년 상반기에는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기존에 합작 법인 형태로 진출한 외국의 해운 업체들은 다른 업종에서도 그러하듯 조직 문화와 언어의 차이, 사업 목적과 비전 공유의 어려움 등으로 합작 법인의 경영이 그리 수월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는 결국 해운업 시장의 전면 개방에 맞춰 합작 파트너의 지분을 인수해 100% 자회사화하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지법인을 인수하는 움직임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정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베트남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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