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주도하는 성장 시대가 열린다’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한국투자증권 전민규·진은정·이채원 애널리스트가 펴낸 ‘아시아가 주도하는 성장 시대가 열린다’를 선정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 위기의 근원을 글로벌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아시아 지역의 내수 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다급한 문제는 유럽에서 발생한 재정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2008년부터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금융 위기, 뒤이어 닥친 재정 위기의 시작은 19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통화가치의 저평가를 유지하는 한편 경제의 효율성 증대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것은 반대로 선진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부채 증가를 가져왔다. 즉 1997년 당시 아시아에 지나치게 가혹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서구의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서구 경제의 위기를 가져온 셈이다.
한국, 소비재 수출 중심 될 것
물론 아시아 국가들도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만을 낸 건 아니다. 먼저 경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실제로 1997년 기준 도시 지역 상위 2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397만 원으로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인 91만 원에 비해 4.4배 많았다. 이 비율은 2010년에 5.9배로 확대됐다.
또 가계와 기업 간 소득 불균형도 큰 폭으로 심해졌다. 이는 국민처분가능소득(NDI)의 분배를 보면 알 수 있다. 1997년에는 NDI 중에서 법인 몫으로 돌아간 것이 3.4%였는데 2010년에는 13.8%로 확대됐다. 반면 개인 몫은 같은 기간 동안 73.6%에서 63.2%로 떨어졌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나타난 기업이익 급증이 단순히 경제성장의 결과가 아니라 전체 경제 중 기업의 몫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재 선진국들이 겪는 위기의 핵심은 글로벌 불균형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해소에 대한 욕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역시 심화된 소득 불균형을 다시 축소해야 할 정치적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서구 선진국들의 소비 위축과 아시아의 대선진국 수출 둔화로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완화될 것이다. 둘째, 유로화와 달러화는 장기적으로 약세의 길을 걸을 것이다. 셋째, 아시아의 통화 절상은 구매력 확대를 통해 소비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넷째, 소득 불균형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복지 예산 확대 등도 내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다섯째, 아시아의 내수 성장이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다. 여섯째, 한국 수출의 최종 목적지가 아시아로 전환되고 품목별로는 산업재보다 소비재가 중심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패러다임 변화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 위기 극복 과정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내수 확대에 나서는 것은 아시아가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맛본 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흐름은 아시아 내수가 성장의 엔진 역할을 맡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