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중국은 달라…한국은‘6위’

국가별 인스턴트 라면 소비량 베스트 20

최근 국내에서 라면 전쟁이 치열하다. ‘꼬꼬면’, ‘나가사키 짬뽕’ 등 신제품이 그동안 확고부동했던 라면 매출 순위를 뒤엎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라면의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신라면’은 최근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을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가격 및 과대광고 논쟁에 휩싸여 지난 9월 출시 4개월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인스턴트 라면은 우리의 식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서민에게는 한 끼 식사로 충분했고 야식으로 소비되는 라면은 국민들을 비만의 걱정으로 몰아넣었다. 이와 함께 재난 현장에서는 구호 물품으로 물과 라면이 가장 먼저 들어가는 한편, 최근에는 각종 레시피를 통해 이색 라면이 등장하고 라면 전문점도 생겨났다.

세계적으로도 라면은 인기다. 전 세계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소비된 인스턴트 라면 수는 봉지라면과 컵라면을 합쳐 953억9000만 개로 해를 거듭할수록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2008년 913억 개, 2009년 918억 개).

국가별로 라면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홍콩 포함)으로, 한 해 동안 423억 개가 소비된다. 인도네시아 144억 개(2위), 일본 52억9000만 개(3위), 베트남 48억2000개(4위), 미국 39억6000만 개(5위)의 순위였다.

한국은 지난해 총 34억1000만 개를 소비해 6위에 올랐다. 2010년 인구 4820만 명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인 1명이 한 해 동안 70개의 라면을 먹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 국민이 5일에 한 번은 라면을 먹는 것이다. 1인당 소비량은 세계 최고다.

국내 라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조8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이 중 압도적 1위인 농심이 1조3000억 원으로 70%가 넘고 삼양식품(2200억 원)과 오뚜기(1700억 원), 한국야쿠르트(1600억 원)가 나머지를 분할하고 있다. 농심은 ‘신라면’으로만 지난해 매출 약 3800억 원을 올려 한국야쿠르트 전체 라면 매출(1600억 원)의 2배가 넘는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제품 자체도 다양하게 진화했지만 라면 소비층의 입맛은 매우 보수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우선 한번 라면 맛에 길들여지면 좀처럼 다른 브랜드의 라면을 먹지 않는다.
실제로 삼양라면(1963년)·너구리(1982년)·안성탕면(1983년)·신라면(1986년) 등은 모두 생산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들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신제품들의 도전이 주목받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라면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시점으로 보통 출시 이후 3개월을 본다.
서울시내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10114

일반 소비자가 1주일에 한 번 라면을 먹는다고 가정할 때 같은 브랜드의 라면을 다시 구입하는 주기가 3개월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제품들이 반짝 인기가 아니라 국민의 입맛으로 안착할지는 연말까지 매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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