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이해 필수…소액은 ‘재간접’으로

헤지 펀드, 어떻게 투자하나

꽉 잠겨 있던 빗장이 하나둘 풀리면서 헤지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 펀드가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투자자가 ‘투자할 수 있어야’ 좋은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가 헤지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한국형 헤지 펀드’에 직접투자하는 방법, ‘재간접 헤지 펀드’에 투자를 하는 방법, ‘헤지 펀드 전략을 사용하는 공모형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 등이다.

한국형 헤지 펀드는 말 그대로 한국의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헤지 펀드다.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통해 국내에서 처음 운용되는 펀드다. 재간접 헤지 펀드는 국내 운용사가 해외의 헤지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다. 펀드 내에 최소 5개 이상의 헤지 펀드를 담아야 한다. 재간접 헤지 펀드는 10여 년 전부터 증권사 VIP나 기관투자가가 등에게 사모 펀드의 형태로 소개돼 왔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에서 개인 투자자가 한국형 헤지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최소 5억 원 이상을, 재간접 헤지 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 원 이상을 맡겨야 한다.

자산가가 아니라면 5억 원 이상을 한 펀드에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반 투자자에게 재간접 헤지 펀드의 최소 기준인 1억 원 역시 적은 돈은 아니다. 제약은 또 있다. 한국형 헤지 펀드와 재간접 헤지 펀드는 모두 ‘사모 펀드’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한다’

그 결과 소액으로 헤지 펀드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헤지 펀드 전략을 활용하는 공모형 펀드가 유일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헤지 펀드 전략을 활용하는 공모형 펀드는 이른바 ‘유싯(UCITS) 펀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유는 이 펀드가 유럽연합(EU)의 펀드 관련 공동 규범인 유싯(UCITS: Undertakings for Collective Investments in Transferable Securities)을 따르고 있는 헤지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유싯은 펀드가 동일 종목 증권에 투자하는 것도 5% 이내로 제한한다. 또 펀드의 투자 대상과 전략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운용되는지 투자자들이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펀드가 금전의 차입과 대여를 규제하기 때문에 펀드 자산을 넘어 과도하게 투자해 나중에 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유싯 헤지 펀드는 아무런 규제 없이 투자하는 일반 헤지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규제의 틀에 맞춰 펀드를 디자인하기 때문에 펀드 수수료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 불안정성 확대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이들 유싯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업계 최초의 ‘유싯 펀드’로 출시한 ‘한국투자글로벌오퍼튜니티증권펀드’는 최근 3개월간 마이너스 5.8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대안투자형증권자투자신탁1호’, 동양자산운용의 ‘동양멀티마켓CTA증권투자신탁1호’는 최근 3개월 동안 각각 마이너스 3.72%, 마이너스 1.9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마이너스 12.88%,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마이너스 8.03%를 기록한 것을 따져본다면 괜찮은 수준이다.

기업 M&A나 구조조정에도 투자

그렇다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 펀드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될까. 쉽게 말해 헤지 펀드는 불법이 아니라면 ‘돈 되는 것은 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지 펀드의 꽤 오랜 역사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나 현재 활용되고 있는 투자법들이 있다. 물론 각 방법들은 한 헤지 펀드 내에서도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운용되고 있다.

먼저 헤지 펀드 평가사인 HERI의 분류에 따르면 헤지 펀드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주식 헤지(Equity Hedge),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매크로(Macro), 상대 가치(Relative Value) 등이 바로 그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주식 헤지 전략은 공매도나 선물거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 이벤트 드리븐 전략은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 이벤트에 따라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 매크로는 거시 경제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하는 전략, 상대 가치 전략은 시장가격과 내재가격 간 불일치에 따른 차익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이다.

각 전략들은 주로 롱(Long)과 숏(short) 이라는 ‘전술’에 따라 운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주식 위험 회피 전략 내 롱숏 에쿼티(long-short equity) 방식이다. 헤지 펀드평가 회사인 GFIA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아시아 지역에 설정된 헤지 펀드들의 절반 이상(52.1%)이 롱숏 에쿼티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 헤지 전략은 그냥 롱숏 에쿼티 방식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시장 대비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long)하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도(short)하는 것이다.

이 중 매도라는 의미는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파는(sell) 게 아니라 ‘공매도(short selling)’를 의미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걸 판다’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없는 주식이나 채권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주식이나 채권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된다.

예를 들어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 주문을 냈을 때 A종목의 주가가 현재 2만 원이라면 일단 2만 원에 매도한다.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1만6000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1만6000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4000원의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형식이다.

그간 국내 펀드는 공매도가 금지돼 왔다. 즉 이제까지 국내 펀드들은 ‘롱’ 전략만을 활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주의할 점은 펀드매니저들이 공매도를 통해 추구하는 게 롱 포지션 더하기 ‘추가 수익’의 개념이라기보다 주식 하락 시 손실을 줄이는 데 있다는 것이다.

롱숏 에쿼티 방식과 함께 국내에 소개된 펀드들이 많이 추구하고 있는 투자법이 글로벌 매크로와 CTA(Commodity Trading Advisory:원자재 투자 헤지 펀드) 방식이다. 이들 전략은 모두 매크로 전략에 속한다. GFIA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매크로 방식을 추구하는 아시아 헤지 펀드 전체의 3.1%, CTA는 4.3%를 기록했다.

글로벌 매크로 방식은 조지 소로스, 존 폴슨 등 세계적 헤지 펀드 매니저들이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어찌 보면 ‘헤지 펀드’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방식일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처럼 달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상황을 펀드매니저가 예상했다고 치자. 그러면 펀드매니저는 달러에 롱, 원화에 숏을 설정한다.

이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200원까지 급등했다면 달러에서는 20%, 원화에서는 20%의 수익 등 40%의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 차입(leverage)을 했다면 ‘40%×레버리지비율’ 만큼 수익이 급상승한다. 즉 글로벌 매크로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고 향후 추이가 예상되는 자산에 포지션을 최대한 확장하기 위해 차입을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한다. 펀드매니저의 역량이 매우 중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시장의 강화된 투명성과 개선된 정보 흐름은 펀드매니저의 예상을 쉽지 않게 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추세를 철저히 계량화된 방식으로 분석해 투자하는 기계적 투자법이 생겨난다. 바로 CTA 방식이다. 이들 방식은 특정 자산군으로부터의 위험 분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백 가지의 기초 자산에 동시에 투자한다. 단 유동성을 위해 투자 방법은 선물을 택한다.

이 방식을 활용하는 수학자나 공학자 출신의 매니저들은 시스템의 효율성에만 관여할 뿐 매매 의사 결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즉 글로벌 매크로는 조시 소로스 등 천재 펀드매니저가 시장을 미리 예측해 길목을 지키는 반면, CTA는 르네사스 테크놀로지처럼 기계적 분석을 통해 시장의 추세를 철저히 뒤쫓아 가는 전략이다.



조지 소로스 등 세계적 펀드매니저 탄생시켜

헤지 펀드의 또 다른 주요한 전략은 ‘상대 가치 전략’이다. 이 전략은 시장의 방향성보다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산들 간에 상대적인 가격의 불일치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한다. 대부분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당연히 개별 주식 간에도 이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좋아진다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주가가 모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오랜 기간 두 회사의 가치 추이를 살펴봤을 때 삼성전자 주가만 높고 하이닉스의 주가는 너무 낮은 수준일 수 있다. 이때는 삼성전자가 너무 고평가됐거나 하이닉스가 심하게 저평가된 것이다. 따라서 하이닉스에 롱 포지션을 정하고, 혹시 모를 삼성전자의 고평가 가능성에 대비해 숏 포지션을 정할 수 있다. 두 자산 간 격차가 줄어들면 들수록 수익이 극대화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세계의 헤지 펀드 산업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 누적 순이익 ‘1위’


지난해 하반기 세계 10대 헤지 펀드의 수익이 월가 6개 대형 은행을 앞섰다. 퀀텀펀드, 폴슨&코 등 세계 10대 헤지 펀드는 280억 달러(약 32조 원)의 투자수익률을 올렸다. 헤지 펀드의 시장 규모가 거대한 데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국제 유가 등급과 기업 M&A,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의 부상으로 펀드 상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익을 가장 많이 낸 헤지 펀드는 폴슨&코로, 약 58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창립 이후 누적 순이익을 보면 320억 달러로 퀀텀펀드의 350억 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 밖에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레이 댈리오, 230억 달러), 바우포스트(세스 클라르만, 160억 달러), 아팔루사(데이비드 테퍼, 130억 달러), 캑스턴 글로벌(브루스 코브러, 120억 달러), 무어 캐피털 매니지먼트(루이스 베이컨, 125억 달러), 브레반 하워드 펀드(앨런 하워드, 120억 달러), 패럴론(톰스테이어, 110억 달러), ELS(에디 램퍼트, 110억 달러)다.

유명한 헤지 펀드 안에는 소위 잘나가는 펀드매니저들이 있다. 세계 톱 10위의 펀드매니저들은 총 1540억 달러의 수익을 냈으며 이는 전 세계 7000명의 펀드매니저가 낸 수익의 무려 3분의 1에 해당한다.

지난해 헤지 펀드 매니저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나갔던 인물은 2008년 금융 위기를 기회로 살려 스타덤에 오른 존 폴슨(폴슨&코) 회장이다. 그는 지난해 금값의 오름세를 예상하고 투자를 단행, 3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지난해 그의 연봉은 49억 달러(약 5조4600억 원)로 헤지 펀드 매니저 중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레이 댈리오(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이 연봉 31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로 2위, 제임스 시몬스(르네사스 테크놀로지, 25억 달러) 최고경영자, 데이비드 테퍼(아팔루사 매니지먼트, 22억 달러) 회장, 스티브 코헨(코헨 SAC캐피털 어드바이저스, 13억 달러) 회장이 뒤를 이었다. 조지 소로스(퀀텀펀드, 4억5000만 달러) 회장은 9위에 머물렀다.


조지은 인턴기자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