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매수세 확대’돼야 거래 정상화된다

거래량과 집값의 상관관계

현재 주택 시장의 문제는 무엇일까. 집을 가진 사람에게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고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높은 집값이 문제가 될 것이다. 각자가 처한 처지에 따라 주택 시장을 진단하고 희망 사항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립을 취할 수밖에 없는 정부는 가격을 안정시키되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가격을 일정 수준의 보합권에 묶어 놓고 거래량을 늘리면 살 사람은 사고 팔 사람은 팔게 되니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흔히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물 위를 걸어 강을 건넌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른 발이 빠지기 전에 왼발을 내딛고, 그다음 왼발이 빠지기 전에 재빠르게 오른발을 내디디면 물에 빠지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래량과 집값 상승률과의 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거래량 늘면 집값도 상승

2006년 1분기에서 2011년 3분기까지 23분기 동안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과 아파트 상승률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직전 분기보다 거래량이 늘어나면 분기당 집값 상승률이 커지고 직전 분기보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분기당 집값 상승률이 줄어들거나 하락세로 돌아선다.

23분기 동안 이런 연관성이 21개 분기에서 발견되고 예외는 2007년 4분기와 2008년 1분기에 불과하다.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이 2007년 3분기 8만7406채에서 4분기에는 10만2324채로 17%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은 전 분기 상승률 0.9%에서 소폭 줄어든 0.7%에 그쳤고 2008년 1분기에는 거래량이 9만899채로 전 분기에 비해 11%나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값은 1.7% 상승해 전 분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07년 4분기와 2008년 1분기는 대통령 선거와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으로 시장에 예외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두 분기를 제외하고는 국토해양부의 통계가 시작된 이후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다.

그런데 거래량과 집값 상승률 간의 인과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거래량 증가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인지, 아니면 집값 상승이 거래량을 늘리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뜻이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선 집값이 오르면 거래가 증가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실수요자가 어떤 집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그 집을 매입하거나 전세로 살아야 한다. 이때 통상 전세로 산다면 매입가의 절반 가격에 그 집에서 2년간 독점적으로 살 수 있다.

집을 살 돈이 충분한 사람이라도 절반 가격에 전세로 살고 나머지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전세로 산다면 주거와 관련된 세금 부담이 전혀 없고 보금자리 청약 자격 등 무주택자로서의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세입자로서는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로 오래 살수록 이익이다.

그러나 이것은 앞으로 영원히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이고 어느 순간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다면 무주택자에겐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전세 제도의 이점을 누리면서도 집값 동향에 눈을 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집값이 조금이라도 오르는가 싶으면 서둘러 추격 매수에 들어가게 된다. 상승기에는 매수 타이밍을 늦출수록 비싸게 사게 되기 때문에 서두르는 것이다.

투자자로서도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집을 살 이유가 당연히 없다. 그러다 집값 상승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매입에 나서는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집값이 오르면 거래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거래가 늘어나면 집값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어떤 거래든 거래가 늘어나려면 이에 맞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파는 사람(매도세)도 많아야 하고 사는 사람(매수세)도 많아야 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매수하려는 사람과 매도하려는 사람 수가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팔려는 사람이 10명이고 사려는 사람이 5명이라면 거래는 5건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사려는 사람이 7명으로 늘어난다면 거래는 7건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팔려는 사람이 5명이고 사려는 사람이 10명이라면 거래는 5건이 발생할 것이다. 이때 거래를 늘리려면 팔려는 사람 수를 늘리면 된다. 결국 전자와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는 매수세를 늘려야 거래되는 것이고 후자와 같은 활황기에는 매도세를 늘려야 거래가 증가하는 것이다.

DTI 따라 거래량 들쑥날쑥

그럼 지금의 시장은 침체기인가, 활황기인가. 현재 시장에서 사려는 사람이 많은가. 팔려는 사람이 많은가. 현재의 시장 상황은 매수세가 쥐고 있다. 매수세가 약간이라도 늘어나면 거래 증가로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다시 말해 현재의 거래 침체는 팔려는 사람이 적어서가 아니라 사려는 사람이 적어서다. 정부의 정책 방향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방향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 매도할 때 과거보다 강력한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양도세 비거주 요건 완화, 다주택자 장기 보유 특별 공제 적용 등)은 현 상황 아래서는 오히려 매물만 늘어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와 반대로 매수세를 줄이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대표적이다.

DTI 규제와 거래량의 상관관계는 굉장히 높다. 2007년부터 본격화된 DTI 규제가 가장 극심했던 2008년 4분기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5만4202건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3일 DTI 규제가 해제되자 거래량은 극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2009년 1분기에는 6만6779건으로 늘었다가 2분기에는 10만312건, 3분기는 11만8305건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2009년 9월 7일 다시금 DTI 규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4분기부터 거래도 다시 줄어들었다. 2009년 4분기 10만1447건, 2010년 1분기 7만5649건, 2분기 7만172건, 3분기 6만2951건까지 줄어들었다. 그러자 정부에서는 2010년 8월 29일 다시 규제를 풀었고, 이때부터 다시 거래가 늘어 2010년 4분기 9만7793건, 2011년 1분기 10만5645건으로 계속 늘어났다. 하지만 정부에서 2011년 3월 22일 다시 DTI 규제를 강화하자 거래량이 다시 줄어들어 2분기에는 8만5928건으로 줄어들고 3분기에는 8월까지 5만3380건에 그치는 등 거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현 정부 들어 두 차례의 DTI 규제 완화와 두 차례의 DTI 규제 강화가 있을 때마다 거래량이 늘어났다 줄어들기를 정확히 반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거래를 늘리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거래 침체는 매도세와 매수세를 모두 많이 늘리면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착각에서 기인한다. 매도세를 늘리는 정책은 오히려 거래량 증가에 방해가 된다. 현재는 매수세 증가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할 때다. 거래량을 늘리고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불가능한 정책 목표에 목을 매달고 있는 정부 때문에 거래는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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