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 위기 대응법

서유럽 판매 감소 폭이 유럽발 금융 위기로 크게 확대되더라도
세계 자동차 시장이 2008~2009년간 8.2% 감소했던 지난 금융 위기 때처럼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어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더블 딥 경기 침체와 유럽 재정 위기 확산 우려로 세계경제가 2008년의 금융 위기 때처럼 극심한 침체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연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매우 난감해 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최근 혼란은 우려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실물경제 움직임은 어떠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금융시장과 상당히 다르다. 산업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물경제는 구조적이고 추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할 뿐만 아니라 변동 요인 영향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자동차 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금융 위기 전인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선진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서 48%로 떨어졌다. 미국은 24%에서 16%, 서유럽은 22%에서 18%로 급락했다. 반면 신흥국 비중은 40%에서 52%로 높아졌으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 비중은 23%에서 38%대로 대폭 상승, 미국과 서유럽을 합한 것보다 3%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세계시장 비중이 80%를 넘는 주요 7개 시장 가운데 서유럽을 제외한 브릭스 4개국과 미국·일본 시장의 판매 증가 추세는 매우 견고하다.

인도와 브라질은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판매가 각각 16%, 11%씩 증가했다. 중국은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3.4%로 급격히 둔화됐지만 이는 작년의 32% 성장에 기인한 기술적 반락 효과도 있다. 향후에도 이들 3개국은 유럽발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감소세로 반전될 가능성은 낮다. 러시아는 상반기 판매가 54% 증가했으며 향후 유가 하락으로 그 증가세가 둔화돼도 폐차 보조금 연장 효과에 따라 감소세로 반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요컨대 서유럽 판매 감소 폭이 유럽발 금융 위기로 크게 확대되더라도 세계 자동차 시장이 2008~2009년간 8.2% 감소했던 지난 금융 위기 때처럼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필자가 유럽 재정 위기 영향까지 포함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최소한 7280만 대 수준으로 당초 예상치인 7360만 대보다 80만 대 감소하지만 2010년의 7060만 대보다는 3.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7270만~7380만 대로 당초 예상치인 7640만 대보다 260만~370만 대 감소하지만 금년에 비해서는 0.1% 감소 또는 1.4% 증가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물론 유럽 재정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므로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급변동하는 금융시장만 보고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는 것도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따라서 향후 사업 계획을 지나치게 축소하거나 확장하는 것보다 다소 보수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되 상황에 따라 조절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