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품’에 투자

새로운 투자 대안 ‘헤지 펀드’ 바로 알기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와 그리스를 시작으로 번지고 있는 유로존의 재정 위기 등으로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파생 상품 등 다양한 기초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헤지 펀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한국형 헤지 펀드 1호 출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헤지 펀드 개요 및 특징, 주요 전략 등을 살펴보고 한국형 헤지 펀드 및 헤지 펀드 투자 시 고려할 사항 등 네 가지로 분류해 알아본다.

헤지 펀드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949년 미국의 앨프리드 존스가 처음 만든 것으로, 원래 위험을 회피하기(hedge) 위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상품에 분산 투자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로는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투기 펀드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했는데 현재 전 세계에 80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헤지 펀드에 대한 정확한 법적 정의는 내려져 있지 않고 여러 가지 특성들로 개념을 구체화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주요 특징을 보면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절대적 수익을 추구한다. 헤지 펀드가 다른 펀드들에 비해 갖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데, 일반적인 펀드들은 시장 수익률에 따라 연동되는데 비해 시장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이 많고 무위험 차익이 가능한 곳이 있다는 의미다.

둘째, 고위험 고수익이다. 레버리지의 개념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높고, 이러한 레버리지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어서 수익이나 손실도 증폭될 수 있다.

셋째, 소수의 부유한 개인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펀드다. 공모 방식도 있지만 주로 사모 방식으로 모집한다. 이에 따라 유동성 제약이 클 수 있다.

넷째, 규제 방식이 유연하다. 각종 규제가 상당히 유연해 운용상 유리한 점이 장점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공시나 보고의 의무가 덜하기 때문에 범법적인 것을 규제하는 것 등 투명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다섯째,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펀드매니저 역시 자신의 자금을 출자하는 것이 가능해 책임감을 갖는 유인 효과가 있어 수익 구조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이 같은 헤지 펀드의 특징과 함께 헤지 펀드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 투자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게 롱·숏 투자 전략(Long·short strategy)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수익 원천은 저평가된 주식의 가격 상승과 고평가된 주식의 가격 하락 및 배당금 및 고평가 주식의 매도로 생긴 금액의 이자다.

1949년 첫 등장

또 이벤트 드리븐 전략(Event-driven strategies)은 기업 분할, 인수·합병(M&A), 파산에 따른 기업 개선, 자본 재조정, 자사주 매입 등 기업 내용에 영향이 큰 사건을 미리 예측해 투자하는 기법이다. 부실채권 투자 방식(시장가격이 하락한 부실채권에 투자해 가격이 회복될 때 매도)과 기업 합병 차익 거래 방법(공개 매수 가격과 실제 시장가격과의 차이에 의한 수익 추구 방식)이 있다.

시장 방향성 전략(Directional Strategies)도 있다. 시장 방향성 전략은 운용 형태에 따라 또다시 몇 가지로 나뉜다. ▷글로벌 매크로 펀드는 경제 추세나 특정한 사건에 영향을 받는 시장 방향에 대한 예측을 근거로 시장 방향성에 베팅하는 전략이다. ▷이머징 마켓 헤지 펀드는 이머징 마켓에서 거래되는 모든 종류의 증권에 대해 포지션을 취하는 전략이다.

▷특정 분야에만 투자하는 섹터 헤지 펀드는 경제의 특정 분야에 속하는 기업의 증권에 대해 롱·숏 투자하는 방식이다. ▷매도 전문 펀드는 매도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선물 전용 펀드(managed future)는 선물 매수·매도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전환사채 차익 거래(convertible arbitrage)도 헤지 펀드가 추구하는 대표적인 투자 방식이다. 전환사채를 매입하고 발행 회사의 보통주를 공매도하는 전략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락 시 이익이 증가하고 변동성 대비 수익률이 높지만 이벤트 위험, 유동성 위험, 경과이자 미지급 규정(채권 발행자가 주식으로 전환하려는 채권 보유자에게 채권에 대한 경과이자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을 기술한 조항) 등의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이 밖에도 통화를 하나의 투자 수단으로 이용한 전략이나 저평가된 채권을 매입하고 고평가된 채권을 매도하는 채권 크레디트를 활용한 헤지 펀드 전략도 활성화되고 있다.


최소 3년 정도 투자해야

이 같은 헤지 펀드가 우리나라에 도입되면서 최근 ‘한국형 헤지 펀드’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한국형 헤지 펀드 또는 토종 헤지 펀드 등의 용어는 기존의 우리나라에 도입된 일반적인 재간접 펀드 형태(외국에서 판매하는 헤지 펀드 상품에 대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비되는 말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직접투자 방식의 헤지 펀드를 의미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기존의 재간접 펀드의 형태로 투자하게 됐을 때의 추가 비용 발생, 투명성 결여 등의 문제점을 줄이는 등 투자의 효율성 증대와 함께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대안적 투자 기회의 증대, 우리나라 금융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에 부정적인 측면은 금융 부문의 시스템 리스크 증대와 통제의 어려움 및 운용상 불투명, 복잡성에 의한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면 무엇보다 검증할 수 있는 운용사 선택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헤지 펀드의 특성상 사모 펀드(투자자 50인 미만) 형태로 운용돼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고 또한 다양한 투자 전략과 투자 대상으로 액티브하게 운용되므로 운용자들의 능력 검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어떠한 자산에 투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운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전문가적 견해에서 검증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운용사 및 판매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또한 달러로 투자할 때 환율의 등락에 따라 추가적인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며 그에 따라 환율 부문을 헤지할 것인지 또는 오픈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종합과세에 합산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본인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여부를 검토, 향후 환매 시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헤지 펀드 투자의 중요한 요소는 단기적 접근이 아니라 최소 3년 이상의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도 발생할 수 있어 장기간 묻어둔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금융자산 중 약 20% 이내의 비중으로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으로 투자한다면 현재 변동성이 큰 시장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보훈 미래에셋증권 WM 강남파이낸스센터 웰스매니저 bohoonlee@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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