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재장전(Reloaded)

CEO 에세이

2011~2012년 이익 전망치를 보면
코스닥 시장 종목들이 코스피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30년 넘게 몸담으면서 요즘처럼 변동성이 심한 때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금융 투자가들이 과하게 성장통을 겪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폭락은 펀더멘털의 이슈보다 정치적인 이슈가 더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각 나라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 위기와 유럽의 재정 위기를 타개할만한 정치적 카드의 공백이 이번 위기를 더 부추기고 장기화하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이런 위기를 겪은 뒤 발생하는 펀더멘털의 위축에 따른 성장률 체감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세계경제는 아직도 이머징 마켓을 근간으로 높은 미래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민이었던 인플레이션도 최근 원자재 가격 급락이 보여주듯 앞으로는 크게 우려할 만한 이슈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앞으로 큰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상품 면에서는 주식이 여전히 근간을 이룰 것이며 원자재·농산물·환율 등 해외 선물 상품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주식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1989년 3저를 근간으로 한 수년간의 파워풀한 상승장 이후에 2년 정도 화려한 중소형 개별 종목 장세가 연출된 적이 있었다. 지금부터 십수 년 이전의 잊힌 얘기이지만 현재의 흐름도 2005년 이후 지속적인 대형주 위주의 장세로 축적된 주식 유동성이 시장만 안정된다면 어딘가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코스닥 시장에 눈길이 많이 간다. 많은 대형주들이 코스피로 이전하기는 했지만 코스닥 시장에는 아직도 수십여 개의 세계 시장점유율 수위 업체들이 상장돼 있다.

일부 소수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시장 자체가 왜곡되는 바람에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낮아졌지만 2011~ 2012년 이익 전망치를 보면 코스닥 시장 종목들이 코스피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시장은 정보기술(IT) 중심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일본의 반격에 주춤하기는 했지만 IT는 여전히,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간판이다.

코스닥 시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다. 그만큼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극도로 적은 상황이다. 3년 전만 해도 소수이기는 하지만 코스닥에 특화된 주식형 펀드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후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나타나고 일부 코스닥 대형주들이 코스피로 이전하면서 기관들의 참여는 완전히 실종돼 버렸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의 비중은 코스피 대비 8% 수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했으며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현재 증권회사 리서치에서도 코스닥에 대한 커버리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각 리서치센터도 코스닥 우량주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기를 바라며, 특히 스몰캡 담당자들이 솔선수범해 주기를 희망한다. 개인 투자자들도 루머에 따른 뇌동 매매나 따라잡기 차원이 아닌 코스닥 우량주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진주를 발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기를 바란다.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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