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떨치면 새로운 음악 보여요”

루이스 초이 카운터테너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진한 화장을 한 그가 무대에 올라서면 청중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며 수군거린다. 이내 그가 입을 열어 화려한 가성을 들려주면 청중들은 그제야 카운터테너의 음악에 조금씩 매료돼 간다.

1999년 우연히 TV에서 카운터테너의 공연을 본 후 신비로운 매력을 느끼고 카운터테너 공부를 시작한 그였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도, 또 대중 앞에서 서면서도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 상처 아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절망감을 느끼고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내가 부족해 그럴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이를 악물고 공부하자고 마음먹었죠.”

카운터테너 공부를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독일로 유학을 간 것도 제대로 카운터테너로서의 기량을 쌓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욕심이 있었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더 많이 공부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자질을 인정받기 시작햇고 뒤셀도르프 국립음대에서도 아시아인으로는 드물게 두각을 나타냈다.

뒤셀도르프 국립극장에서 뮤지컬 ‘미오, 내 아들(Mio, mein mio)’이란 작품으로 카운터테너 주역으로 데뷔한 것도, 뮌헨에서 파리넬리 주역 콘서트 가수로 성공리에 데뷔한 것도, 각종 콩쿠르에서 유난히 뜨거운 관객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남성의 힘과 여성의 부드러움이 결합된 화려한 가성이 매력

“유럽에서 공연할 때는 파리넬리 레퍼토리가 많이 들어가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외국에서도 역시 카운터테너라고 하면 ‘파리넬리’의 음악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꼭 마지막 앙코르에서는 한국 가곡을 부르곤 하죠.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카운터테너의 음성으로 아시아의 노래를 들으니 더욱 신비롭다고 이야기해요.”

카운터테너로서 한국을, 한국의 음악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자부심이다. 1년여 전 한국에 돌아온 후 유난히 많은 크고 작은 공연 무대에 선 것도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카운터테너로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다.

“제 무대를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카운터테너가 가진 음악적 매력을 알아줬으면 하거든요.”

지난 10월 19, 20일에는 한국 오페라단 창단 22주년 기념 특별 공연 ‘골든 오페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섰다.

“흔히 카운터테너와 카스트라토를 많이 혼동하는데요, 카스트라토가 변성기 이전의 소년을 거세해 인위적으로 만든 음색이라면, 카운터테너는 성인 남성이 가성을 가지고 그 가성을 호흡과 발성으로 진성처럼 만들어 소리를 내는 것이죠.”

성악의 발성처럼 똑같이 가성에 호흡을 가지고 정확한 발성 테크닉을 제대로 배워야 카운터테너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의 부드러움과 남성의 힘이 복합된 음악인 만큼 카운터테너의 무대에는 반전(反轉)의 묘미가 있어요. 선입견만 떨친다면 클래식의 감동을 뛰어넘는 엔터테이너적인 재미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약력: 독일 뒤셀도르프 로버트 슈만 국립음악대 오페라과 디폴롬 졸업. 슈몰츠 비켄바흐 클래식 콩쿠르 전체 3등 수상. 현재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각종 오페라와 콘서트·종교음악으로 활동 중.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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