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트리 오브 라이프 外

‘가을’을 위한 명상의 시간

영화를 통한 명상의 시간.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마치 한없는 참선의 체험으로 이끄는 듯한 영화다. 바람에 물결치는 나뭇잎 소리, 졸졸졸 흐르고 흘러 굽이치는 물살의 굴곡, 그리고 아련하게 뇌리를 스쳤다 금세 사라지는 유년기의 영상들. 미국의 빌딩 숲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그를 올려다보는 주인공의 시야는 다시 공룡이 거니는 태초의 숲으로 이어진다.

다소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 딱히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런 장면들은 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트리 오브 라이프’는 137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긴 하지만 흡사 ‘어머니 뱃속에서 체험한 태초의 이미지가 저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초월적인 심상으로 이끄는 영화다. 이를 보며 현재의 그 어떤 고뇌와 고통도 마치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올가을 당신에게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다.

성공한 중년의 건축가 잭(숀 펜)은 늘 같은 꿈을 꾸며 눈을 뜬다. 열아홉 살 때 죽은 어린 동생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그를 사로잡고 있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통화한 잭은 문득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버지 오브라이언(브래드 피트 분)과 아내(제시카 차스테인 분)는 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늘 편한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사소한 일탈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하다. 급기야 맏아들인 잭이 권위적인 아버지와 자꾸 부딪치면서 두 사람 사이엔 미움과 분노가 자리 잡는다.

1973년 ‘황무지’로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불과 5편만 만든 테렌스 맬릭 감독은 미국 영화계의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이다. 말 그대로 그는 어긋난 관계의 그물을 ‘한 땀 한 땀’ 경이롭게 바느질한다. 자식들보다 마당 앞 잔디 관리가 더 중요한 가부장을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는 물론 무려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들로 선택된 세 아역 배우들의 존재감은 이 ‘생명의 나무’를 든든하게 받친다. 둘째 역할을 맡은 소년은 실제 브래드 피트의 아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았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화해를 그리는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가족 내에서 견디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고(그 역시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눈물 속에 묻힌다. 그 치유와 극복은 시나리오를 쓴 작가가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 속의 인물들 혹은 그를 쳐다보는 관객들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힘들고 지친 관객들에게 ‘트리 오브 라이프’는 마치 평화로운 고해성사의 시간과도 같다.



>>인 타임

감독 앤드루 니콜 출연 저스틴 팀버레이크,아만다 사이프리드, 킬리언 머피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는 충분한 시간을 벌지 못하면 더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을 뜬다. 그러던 어느 날 해밀턴이란 남자에게 살라스는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현 시스템의 비밀을 듣는다.



>>오늘
감독 이정향 출연 송혜교, 남지현, 송창의

자신의 생일날 약혼자를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잃은 다큐멘터리 PD 다혜(송혜교 분)는 용서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 기획, 다양한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시작한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자신이 용서해준 열일곱 살 소년을 떠올리게 된다.



>>스파이 파파
감독 한승룡 출연 이두일, 김소현

1974년, 평화세탁소의 주인 이만호(이두일 분)는 남한에서 14년째 고정간첩으로 살고 있는 남파 공작원이다. 하지만 수더분한 외모의 그를 보고 아무도 의심하는 이가 없다. 만호의 스파이 행각에는 긴장감도 없고 그를 비롯한 다른 공작원들 역시 첩보 활동은커녕 사라진 공작금의 자취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주성철 시네21 기자 kinoeyes@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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