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무게중심’…긴축 완화 ‘가능성’

경착륙 vs 연착륙 논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분기 연속 둔화되자 긴축 완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9.1%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올 들어 1분기 9.7%, 2분기 9.5%에 이어 3분기 연속 성장률이 둔화된 것이다.

2009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시장의 기대치(9.2~9.3%)를 밑도는 수준이다. 미국 경기 위축과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수출 타격과 중국이 작년 이후 물가를 잡기 위해 단행한 5차례의 금리 인상과 12차례의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긴축 여파로 보인다.

성장률 지표가 발표되기 전에 나온 “중국이 연착륙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달성 불가능한 일). 과잉투자로 2013년 이후 경착륙할 것(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중국의 경착륙이 이미 시작됐다(엔론 붕괴를 예측했던 미 헤지 펀드 매니저 짐 채노스)”는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했다. 상하이종합지수도 발표 당일 2.3% 내렸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블룸버그·로이터 등 외신은 물론 중국 언론들 대부분은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 경제가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가통계국의 성라이윈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안정적인 투자와 강한 소비 덕에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관측했다. 올해가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이 시작되는 해로 각 지방에서 민간투자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일어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안정적인 투자와 강한 소비가 큰 힘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해 1~8월의 증가율 25%보다 둔화됐지만 예상치(24.7%)는 넘어섰다. 같은 기간 민간투자 증가율은 34.2%로 9% 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9월 51.2%로 최근 2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인 점도 경착륙 우려를 덜고 있다. 산업 생산 증가율도 9월에 13.8%에 달해 8월(13.5%)은 물론 예상치(13.3%)를 웃돌았다.

문제는 긴축 완화 시기와 폭이다. 성 대변인은 “국내외 환경이 불안정·불확실해지고 있는 만큼 거시 정책 안정성·정책예측성·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 긴축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긴축 수위는 불확실한 해외 수요에 달려 있다(골드만삭스 위쑹 이코노미스트)”는 분석이 많다.

실제 순수출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 0.1% 포인트로 대외 부문이 성장률 둔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고 유럽 위기 해결 전망이 오락가락하면서 중국의 긴축 완화 여부도 안갯속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리웨이 이코노미스트는 “11월 초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HSBC의 마샤오핑 이코노미스트는 “연말까지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팅 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경착륙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판매와 지방정부 부채 민간 고리 대출 등이 중국 경제정책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13억 명의 지도자를 새로 맞이하는 내년 경제를 축제 분위기로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정치적인 변수도 긴축 완화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다. 물가도 긴축 수위를 좌우할 주요 변수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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