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모든 것을 구워내는 곳

굽다 고래불

입구에 들어서면 피자집 화덕보다 더 큰 화덕이 자리 잡고 있고 바다를 옮겨 놓은 듯한 수족관에서는 꽃새우가 춤을 추고 있는 식당이 있다.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굽다 고래불' 이다.

굽다 고래불은 동해 바다 음식 전문 식당으로 성공한 ‘고래불’의 두 번째 브랜드다. 고래불이나 굽다 고래불에서는 동해 자연산 해산물로 요리하지만 고래불에서는 날것으로, 굽다 고래불에서는 구워서 상에 낸다.

굽다 고래불은 아궁이의 남은 불에 생선을 굽던 어릴 적 문상순 대표 어머니의 밥상을 재현했다. 그래서 새우에서 고래까지, 바다의 모든 것을 아궁이에 굽는 새로운 먹을거리 문화를 탄생시켰다. 전통 아궁이의 장점을 살려 복사열을 이용해 굽기 때문에 맛과 향, 육즙을 간직한 채 직화 구이보다 10배나 더 맛이 있다고 한다.

코스 요리는 야채구이로부터 시작된다. 아스파라거스·버섯·적양파·통마늘 등을 구워내는데 야채 본연의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달콤한 육즙과 쫄깃하면서도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일품인 소라구이, 양식 홍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향과 끝없이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자연산 홍합탕도 매력적이다.

전복 성게구이는 바다의 웅담이라고 불리는 전복에 바다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성게를 얹어 구워 낸다. 야들야들한 전복살과 소스처럼 전복을 휘감은 성게알은 고소한 맛도 일품이지만 영양 덩어리다.

얇게 편으로 썬 복어는 숯불 화로에서 직접 구워 내고, 뜨겁게 달군 기왓장을 접시 삼아 내는 생선 모둠구이는 기호대로 즐길 수 있다. 생선살을 다시마 소금에 찍어 담백하게 먹거나 제피 쌈 된장에 찍어 향기롭게 먹거나 유기농 쌈 채소에 더덕 양념장을 얹어 쌈을 싸 먹어도 좋은데 그 맛이 각각 특별하다.

천연 보양식인 10년산 바위굴은 살캉거리며 씹힐 때마다 양식 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한 향을 음미하느라 자꾸만 두 눈이 감겨온다. 대구머리전은 대구머리의 큰 뼈를 추려낸 후 얇게 펴서 밀가루 물에 적셔 기름에 지지는데 어두육미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해산물·해초·버섯을 넣고 특제 소스를 발라 구운 주먹밥은 향긋한 모자반을 넣은 은대구탕과 함께 내고 허균 선생이 전라도 유배 시절 가장 먹고 싶어 했다는 방풍나물로 담근 물김치는 삭힌 고추를 넣어 잘 익은 동치미 맛을 재현했다.

생미역·모자반·참지누아리·가시리 등 우리 몸의 독소를 제거해 주는 디톡스 식품을 곁들여 바다의 모든 것을 구워내는 곳, 맛과 멋으로 차린 식탁에서 오감을 즐길 수 있는 곳, ‘굽다 고래불’이 그렇다.

영업시간:11:00~23:00 메뉴:점심 코스 요리 1만9000~4만9000원, 저녁 코스 요리 5만5000~9만5000원 위치: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837 타워 B1 문의:(02)563-8892




백지원 푸드 칼럼니스트 bjwon9113@hanmail.net┃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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