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이르면 내달 외환銀 인수할 듯

론스타, 상고 포기…8년 만에 한국 떠난다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 ‘유죄’를 선고받은 론스타펀드가 당초 예상을 깨고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금융 당국도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 절차에 착수하는 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YONHAP PHOTO-1495> 하나금융, 외환銀 인수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지분 매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가림막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10.11.16 jieunlee@yna.co.kr/2010-11-16 15:56:45/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론스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0월 13일 “론스타 측이 내부 회의를 거쳐 재상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론스타 측이 재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250억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론스타의 재상고 기한은 이날 밤 12시까지였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은 론스타가 ‘평판 리스크(reputation risk)’를 포기하고 한국 시장에서 빨리 철수하는 실익을 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론스타가 재상고했다면 하나금융과 진행 중이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의 장기 표류가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서 발을 빼는 것이 급했다. 이번에도 외환은행을 매각하지 못하면 투자자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되고 향후 다른 투자에도 차질이 벌어질까 우려했다. 이 때문에 가격에 대해선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 속에서 하나금융 외에는 별다른 대안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 감독 당국은 대주주의 적격성을 잃은 론스타에 대해 강제 매각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매각 명령 등 일정을 법률적 검토를 거쳐 다음 주 초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우선 행정 절차상 충족 명령을 내리고 난 후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게 된다. 충족 명령은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충족시키라는 명령인데 론스타가 스스로 이를 맞출 수는 없다.

금융위는 충족 기간으로 한 달 이내를 검토하고 있다. 론스타가 충족시키지 못하면 바로 매각 명령을 내리게 된다. 현재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매매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각 명령을 내리면 곧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가 바뀌게 된다.

금융위는 10월 19일이나 11월 2일과 16일 중 열리는 정례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 매각에는 가격이나 매각 방식에 대한 조건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어떤 조건을 달아 매각하라고 할 권한이 금융위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미 론스타는 외환은행 투자를 통해 큰 이익을 냈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1조7000억 원(세전)의 배당금을 챙겼다. 외환은행 보유 지분(13.6%) 일부에 매각 대금을 더하면 현재까지 2조9000억 원가량을 회수했다.

외환은행 투자금(2조1548억 원)의 134%를 회수한 셈이다. 여기에 하나금융으로부터 4조4059억 원을 받게 되면 7조3000억 원가량을 챙기게 된다. 차익만 5조 원이 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매 단가는 기본적으로 양 당사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하지만 매매 대금이 지나치게 많아 하나금융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지는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적정한 수준에 매매 대금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