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건조한 섹슈얼리티
매력적인 대학생 루시(에밀리 브라우닝 분)는 밀린 집세와 등록금을 내기 위해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늘 생활고에 허덕인다. 그러다가 클라라(레이첼 블레이크 분)의 제안으로 상류층의 은밀한 파티에서 란제리 차림으로 서빙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뛰어난 미모로 주목받은 루시는 곧 ‘슬리핑 뷰티’라고 불리는 특별한 서비스의 일원으로 선발된다.
약을 먹고 세상모르게 잠든 루시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상류층 노인들이 자신의 성적 환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루시는 단 한 번만 잠든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모종의 계획을 세운다.
한때 서점가에서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가 작은 붐을 일으켰다. 유명 동화의 원전이 훨씬 원초적이고 폭력적이라는데 착안, 일종의 포르노그래피 수준으로 극화한 동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포르노그래피라는 단어가 반드시 야한 정도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포르노그래피가 가지는 단 하나의 목적은 주체로 상정된 이의 일방적인 시선을 통해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는 데에만 치중해 있다. 잔혹 동화 역시 읽는 이에게 정서적 충격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만으로 야비한 본성과 폭력적인 성정을 부각시키는 목적에 철저히 봉사했다.
줄리아 리 감독의 데뷔작 ‘슬리핑 뷰티’도 어느 정도 그런 측면에 부합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가 현대판으로 부활한다면, 왕자의 일방적인 키스를 받고 깨어나 수동적으로 그의 아내가 되는 공주의 이야기가 현대로 옮겨진다면 즉각 고급 매매춘의 현장으로 점핑한다는 게 감독의 의견이다.
주연 에밀리 브라우닝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이 영화 대부분에 걸쳐 전라 노출을 서슴지 않을 만큼 시각적인 수위는 세다. 그러나 ‘슬리핑 뷰티’는 결코 에로틱하고 뜨거운 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시선은 대단히 냉담하다. 섹스신이 전무한 상황에서의 노출, 게다가 자발적인 표현이 아니라 돈과의 물물교환이 상정된 상황 하의 조건적 노출이라는 걸 관객 모두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노출은 매우 불편해진다.
‘슬리핑 뷰티’는 ‘피아노’, ‘내 책상 위의 천사’로 유명한 제인 캠피온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 때문에 주목받았고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영예도 얻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담보하는 테마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주인공 루시의 젊음과 아름다움도 결국은 시간의 흐름에 저항할 수 없다는, 바니타스의 테제를 구현하려는 것일까.
오직 그대만
감독 송일곤 출연 소지섭, 한효주, 박철민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어두운 상처 때문에 마음을 굳게 닫아버린 철민(소지섭 분)에게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점점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정화(한효주 분)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철민은 정화를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한다. 1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완득이
감독 이한
출연 김윤석, 유아인, 박수영, 김상호
문제아 완득(유아인 분)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담임 동주(김윤석 분)다. 입만 열면 막말, 독특한 교육관으로 일관하는 동주는 유독 완득에게 관심을 보이며 사사건건 그의 삶에 간섭한다. 오늘도 완득은 교회에서 기도한다. 제발 담임 좀 죽여 달라고.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 ‘완득이’를 영화화했다.
세나:F1의 신화
감독 애시프 카파티아 /출연 아일톤 세나, 알랭 프로스트
포뮬러원(F1) 레이서가 되겠다는 집념으로 브라질에서 한 청년이 영국에 건너온다. 운명의 1984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그는 경쟁력이 없던 톨맨 머신으로 폭우를 뚫고 최강자 알랭 프로스트를 추격한다. F1의 월드스타 아일톤 세나의 인생 역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