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여, 아내의 머리카락을 사수하라
주위에 있는 여성 중에서 대머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중년 남성의 상징인 완전히 벗겨진 대머리는 여성에게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들도 머리가 빠진다. 전업주부 김자영(45·가명) 씨도 머리카락 때문에 고민이다. 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숱이 눈에 띄게 적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방을 청소하다 보면 바닥이나 침대에서 얼마나 많은 파마한 머리카락이 나오는지 끔찍할 정도다.
여성 탈모의 원인으로 호르몬의 불균형, 생리불순, 빈혈, 다이어트, 갱년기 증상 등 여러 가지를 꼽지만 최근 연구 결과로는 스트레스가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연구팀이 98쌍의 여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탈모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같은 숫자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쪽의 머리숱이 차이가 난다면 유전적 이유 외에 생활 습관 등 다른 요소가 탈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여성은 스트레스가 탈모의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에 가장 큰 원인을 준 것은 결혼 생활, 즉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살고 있는 여성에게서 탈모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난 것이다. 이에 비해 평소에 모자를 써서 햇볕을 막거나 커피를 마시는 생활 습관을 가진 여성은 탈모가 덜 일어난 것으로 외신은 보도했다.
엎지른 물을 담기가 어렵듯이,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원상태로 돌릴 수는 없다. 빠른 치료만이 최선책인데, 여성형 탈모는 약물치료와 모발 이식술로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에서는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을 이용한다.
미녹시딜은 원래 혈관 이완 작용을 하는 고혈압 치료제다. 그런데 이를 복용한 후 부작용으로 머리·팔·다리 등의 전신에 털이 2~4cm까지 자라게 됐고, 이에 착안해 바르는 발모제로 만들어 사용하게 됐다.
미녹시딜의 발모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실험 결과에서는 모근을 자라게 하는 여러 성장인자들을 증가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은 주로 2~3% 미녹시딜을 이용해 아침저녁으로 탈모 부위에 바른다.
남성용으로 사용되는 5% 농도의 미녹시딜이 효과가 더 좋지만 서양 여성은 안면에 잔털이 많아 농도가 진하면 안면의 잔털이 굵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여성용은 농도를 낮춰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인과 같은 동양인은 안면에 잔털이 없기 때문에 5%의 미녹시딜을 사용해도 된다.
또 다른 방법은 모발 이식술인데, 여성의 탈모는 자연스러운 모양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모발 이식술 방법 중에서 ‘모낭군 이식술’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탈모가 진행되지 않은 뒷머리에서 모낭을 채취해 한 올 한 올 분리해 분리된 모낭을 식모기를 이용해 이식하는 방법이다.
모낭은 모근을 싸고 있으면서 머리카락의 영양이 보관돼 있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모낭군 이식술은 원래 모발의 기본 단위를 그대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모낭을 분리할 때 모낭이 상하면 이식한 곳에서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으므로 모낭 분리를 잘하는 병원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병원에 소속된 ‘모낭분리사’가 있는지, 경험이 풍부한지 파악하는 것이 의사의 실력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지섭 닥터안모발이식전문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