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가스관 추진하는 러시아

중국·일본 포함된 전략안 마련할 듯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한국·북한·러시아 사이에 다양한 정치·경제 이벤트들이 숨 가쁘게 진행됐다. 지난 8월 25일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도시인 울란우데에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9년 만에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에 관심을 표명했고, 이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3국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후 러시아는 9월 8일 총연장 1800km에 이르는 ‘사할린~하바롭스크~블라디보스토크 가스관’ 1차 라인을 개통했고, 러시아는 이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극동 지역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도 확보했다. 같은 날 한국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 실무진은 9월 중순 한국을 방문, 가스관 사업 추진 계획과 기술적 문제들에 대해 한국 측과 협의했고 한국도 정부 실무자들이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관계 당국과 협의했다. 그러는 사이 9월 24일 러시아의 집권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전당대회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푸틴 총리를 다음 대선 후보로 추천했고 푸틴은 이를 수락했다. 이로써 올해 초부터 지속돼 온 러시아 대선 후보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제거돼 러시아의 정치적 리스크는 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0월 3일 푸틴 총리는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아시아 국가들과의 가스 부문 협력 발전 제안서 제출을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회장은 극동 지역 국가들에 대한 수출 정책이 당분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공급하게 될 가스량이 중기적으로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량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가스프롬은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한국 공급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세부적인 극동 지역 전략안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사를 표방하고 있다. 경제적인 논리에서만 보면 3국 모두 경제적으로 실익이 있다. 일차적으로 한국은 프로젝트 공사비로 약 25억~30억 달러가 투자됨으로써 국내 기업들에도 프로젝트의 혜택이 돌아갈 여지가 있고 에너지 수입 단가 하락 및 가스 공급처 다변화라는 이익을 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파이프라인 운영의 안정성과 안보 문제도 중요하다.

법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과 러시아는 양자 간 국제투자협정을 1991년에 체결했고 이에 따라 일정한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하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통한 분쟁 해결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협정의 보호 범위, 국제법과 상대방 국가의 국내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법률적인 틀을 적절히 이용한다면 분쟁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말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과 러시아에 큰 정치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거시적인 접근보다 세부적인 사항에 집중할 수 있는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민 법무법인 지평지성 러시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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