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한판 뜨면 누가 더 셀까

여의도 생생 토크

여야의 운명을 가를 10·26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10월 13일 시작됐다.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경원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선거전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선거 지원 문제에 대해 아직 확실한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박 후보 측이 요청해 오면 고려해 보겠다”는 정도의 반응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박빙으로 치달으면 박 후보가 안 원장에게 선거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 2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은 ‘대선 전초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서울시장 보선 대격돌 가능성

박 전 대표의 최대 강점은 ‘기본표’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서울 지역 내 친박 성향 유권자를 10~15% 선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나 후보의 지지층으로 분류되지만 박 전 대표가 적극 선거에 나선다면 나 후보 캠프 측에서는 3~5% 정도의 추가 지지율 상승효과를 더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섬에 따라 한나라당의 고질병으로 지목됐던 ‘계파 갈등’의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친이·친박 간 앙금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이번 선거 지원에서도 화학적 결합을 이룬 상황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가 친이계 대표 격인 나 후보를 돕는 것만으로도 한나라당 계파 갈등에 혐오를 느껴 등을 돌린 보수표를 결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원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지금 나 후보의 지지율이 보수 결집을 어느 정도 이룬 상태로 본다면 향후 승부는 20~30대 젊은층의 투표율과 경제고로 등을 돌린 30~40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이 가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 전 대표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도는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 또한 안 원장이나 박 후보 등장 이후 박 전 대표를 구시대 정치의 상징처럼 보는 시각이 많아져 박 전 대표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30~40대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안 원장은 정치인답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와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한 ‘표의 확장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정치인 출신 행정가’ 자체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의 특성상 안 원장의 때 묻지 않은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이미지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기존 정치권에 식상해 있던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찾는 대안을 안 원장의 이미지와 삶의 궤적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진보는 물론 중도 진영의 표심까지 잡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블루오션’으로 일컬어지는 20~30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안 원장의 강점 중 하나다.

하지만 안 원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바가 없어, 네거티브 공세에 시달린다면 그간 쌓아 왔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처럼 막상 정치권에 들어와서는 검증의 덫에 걸려 정치의 뒤안길로 사라진 예는 수없이 많았다.

또한 젊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표의 확장성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때도 향후 치러진 총선에서 20~30대 투표율이 한 자릿수 상승에 그쳤던 전례가 있다.

구동회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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