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정태봉  대호IP종합건설 회장 “도시형 생활주택도 차별화 필요하죠”


정태봉(56) 대호IP종합건설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관악구 신림동과 봉천동 일대 부동산 시장을 누비며 정신없이 달려왔다. 경북 청송 출신으로 육군 대위로 전역한 그는 1981년 신림사거리에 부동산 중개 사무소를 내며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뎠다.

“27세에 처음 부동산 컨설팅을 시작했어요. 항상 트렌드를 앞서가려고 노력했죠. 당시 최첨단 제품이던 카폰도 구입하고 컴퓨터도 286 PC부터 활용했어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해 앞만 보고 뛰었죠.”

패기만만하던 그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은 신림사거리 일대에 자리한 모텔촌이다. 그는 주택보다 상업용 건물이 수익성이 높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 시절 수많은 모텔과 건물을 사고팔았다. 그는 “남부순환도로변 큰 빌딩 중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후 땅을 직접 사서 건물을 지어 파는 개발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간관계다. 이는 ‘심칠뇌삼(心七腦三)’이라는 사훈에서도 잘 나타난다. 사람을 사귀는데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업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분들을 참 많이 만났어요. 항상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한 번 거래한 고객은 꼭 다시 찾도록 만들어요. 지금도 1980년대 초반 모텔 거래를 도와줬던 분들이 건설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찾아와 건물을 지어달라고 부탁할 정도죠.”

정 회장은 2008년 대호IP종합건설로 상호를 바꾸고 건설업과 주택사업 면허도 취득했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업은 오히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0년 가까이 현장을 뛰며 다져진 부동산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안목이 가장 큰 무기다.

요즘 정 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서울대입구역 사거리에 있는 ‘프라비다 2차’ 분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형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 건설사들까지 도시형 생활주택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 회장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2000년부터 원룸을 짓기 시작했어요. 이미 3000실 이상 도시형 소형 주택을 지으며 얻은 노하우가 있어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읽어 내죠. 화장실만 해도 변기와 샤워기, 세면기를 대부분 겸용으로 만들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걸 각각 따로 분리해 만들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훨씬 편리하죠.”

정 회장은 프라비다의 가구 구성도 15.6~36.9㎡(4.7~11.1평)로 다양화했다. 직장인과 학생 등 1인 가구 위주에서 벗어나 신혼부부와 50~60대 은퇴 부부로 타깃 수요층을 넓힌 것이다. 당장 건설사의 손익만 따진다면 작은 평수로 전체를 채우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정 회장은 “3~4년 후 주택 시장을 고려하면 이득이 줄더라도 투자자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에 들어가 있는 IP는 ‘혁신적 개척자(이노베이티브 패스파인더)’를 의미한다. 항상 새롭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에 걸맞게 이미 도시형 생활주택에 이은 다음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바로 그 자신이 속해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실버산업이다.

1955년 경북 청송 출생. 1976년 육군3사관학교 졸업. 199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1980년 육군 대위 전역. 1981년 대호부동산 컨설팅 설립. 2008년 대호IP종합건설 회장(현).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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