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전기 먹는 하마’ 알루미늄 캔의 진실

‘알루미늄의 역사’

원자번호 13번인 알루미늄은 1825년에야 그 존재가 알려진 늦둥이다. 알루미늄이 하나의 독립된 재료로 대접받기까지는 또 수십 년을 기다려야 했다. 초기에는 다른 재료를 대신하거나 보충하는 양념 역할이 전부였다. 알루미늄의 특성이 다양하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했다.

1950년대 알루미늄 캔이 개발되면서 알루미늄은 하루아침에 인간의 삶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귀중한 존재가 됐다. 세계적으로 매년 2200억 개의 알루미늄 캔이 쏟아져 나온다. 단순 계산해도 지구 인구수의 40배에 가까운 엄청난 것이다. 오늘날 그 쓰임새에서 알루미늄을 넘어서는 금속은 오직 철 하나뿐이다.

알루미늄 캔의 발명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재앙이다. 저자가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이 은백색의 차가운 금속에 대해 두툼한 책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음료수 캔의 무절제한 소비는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무심코 캔을 찌그러뜨리면 적지 않은 전기와 화석에너지, 그리고 원료를 낭비하게 된다.

알루미늄 캔의 역사는 끝없는 최적화의 과정이다. 디자이너들은 먼저 캔의 벽면 강도를 점점 낮추기 시작했다. 캔 벽면을 점차 얇게 설계하면서 마침내 머리카락 한 올만한 두께까지 도달했다.

알루미늄 캔은 전기를 먹는 하마다.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전기 없이는 알루미늄도 없다. 1886년 찰스 마틴 홀과 폴 엘이 개발해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전기분해식 생산법은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필수다. 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가 알루미늄 제련 공장을 세울 때 입지 선택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1970년 오일쇼크 이후 알루미늄 제련소들은 에너지를 싼값에 이용할 수 있는 남반구 국가들로 옮겨갔다. 대표적인 나라가 브라질이다. 세계 5위로 성장한 브라질의 알루미늄 산업은 거대한 아마존 열대우림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알루미늄의 재활용이다. 다른 자원처럼 알루미늄이 원래부터 좋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활용하느냐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미국인들이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의 나라가 새로 건국하는 과정에서는 꼭 영웅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왕건이 그랬고 이성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웅만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지는 않는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차(茶)였다.

18세기까지 북아메리카인들은 차를 즐겨 마셨다. 지금도 캐나다 사람들은 차를 좋아한다. 이에 비해 미국인들은 커피를 선호한다. 왜 그럴까. 1773년 12월 보스턴에서 일어난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을 역사에서는 ‘보스턴 차 사건’이라고 부른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북아메리카에 수출하는 상품인 차에 과중한 관세를 부과한다. 이에 식민지인들은 “대표 없는 과세 없다”며 보스턴항에 정박해 있던 배에 실린 차를 바다에 던져 버린다. 이후 뉴욕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이와 비슷한 저항운동이 벌어진다.

3년 후인 1776년 7월 4일 미국 의회는 독립선언서를 채택함으로써 신생 국가 미국이 탄생하기에 이른다. 이후 미국인들은 음료에 대한 선호에서 차를 커피로 바꾸게 된다. 더 나아가 차는 왕이 없는 최초의 나라를 만들게 된다. 요컨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라는 임기제 왕을 탄생시켰다는 말이다.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고사리는 양치류 식물이다. 양치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로 3억3500만 년 전에 지구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비하면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태어난 것은 불과 20만 년에 불과하니 양치류는 지구상에서 잘 적응해 살아왔다고 볼 수 있다.

양치류는 죽으면서 자연 퇴비가 되거나 땅속에서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저장한 채 남아 있게 된다. 결국 양치류의 잔해는 석탄으로 우리 인간에게 알려지게 된다. 석탄은 산업혁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산업혁명은 신석기 혁명에 이어 두 번째로 인간의 삶을 통째로 바꿔버리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석탄에 따른 인류 문명의 발전을 빛이라고 본다면, 이에 따른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는 그늘이라고 볼 수 있다.

‘식물, 역사를 뒤집다’에는 차와 양치류 외에도 인간의 역사를 바꾼 50가지의 식물을 소개하고 있다. 최초의 코카콜라에는 마약인 코카인 성분이 함유돼 있었다는 얘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양배추 때문에 로마의 멸망이 더 빨라졌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주인공도 식물이다. 또한 인간에게 큰 해약을 끼치는 담배가 한때는 기적의 치료제였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2011년은 유엔이 정한 ‘세계 삼림의 해’다. 이 책은 이에 걸맞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식물을 주제로 다룬 인문학 책으로 독자들에게 식물에 대한 지식과 아울러 인류 역사에 대한 지식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깔고 앉은 행복
요하네스 발하러 지음┃박정미 옮김┃232쪽┃대림북스┃1만3000원

이젠 경제학에서도 ‘행복’이 중요하다. 경제학적 행복 연구는 갓 탄생한 경제학의 신생 분야다. 사람들이 삶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거기에서 어떤 요인이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는데 중점을 둔다.

전통 경제학의 행복 계산법은 아주 단순하다. 소득이 많을수록,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 사람은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행복이다. 하지만 많은 경험적 연구에서 소득은 행복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플의 미래 팀 쿡
김대원 지음┃252쪽┃한스미디어┃1만4000원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을 이끄는 인물, 팀 쿡을 분석한 책이다. 팀 쿡은 앨라배마의 작은 도시 로버츠데일에서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로 때어났다. 어린 시절 신문 배달을 했으며 고등학교 때는 밴드를 즐기는 우등생이었다.

그의 인생은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컴팩의 부사장이었던 그는 애플에 합류해 스티브 잡스의 오랜 측근들을 제치고 2인자가 됐다. 지난 8월 스티브 잡스의 사임으로 애플의 사령탑에 올랐다.



중국 재계 이너서클
중국주간 편집부 지음┃김문주 옮김┃272쪽┃미래의창┃1만3000원

중국 재계를 움직이는 부자 클럽을 심층 취재했다. 중국 기업가들은 최고급 회의장과 상류 클럽에서 모임을 열고 그들만의 은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재계 막후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기업가클럽·타이산회·장난회·화샤동창회·야부리포럼·창안클럽·징청클럽·아라산SEE생태협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인맥과 역학관계를 ‘중국주간’이 취재해 담았다.


그들의 운명을 가른 건 정치력이었다
다키자와 아타루 지음┃이서연 옮김┃284쪽┃사이┃1만3900원

일본 전국시대에 활약한 무장들을 정치력 측면에서 분석했다. ‘오와리의 멍청이’로 불린 오다 노부나가, 짚신지기였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너구리 영감 도쿠가와 이에야스, 기름 장수 사이토 도산, 풍림화산의 다케다 신겐 등 단판 승패의 험난한 시대를 산 이들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적재적소에 발휘되는 그들의 정치력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정치력은 많은 사람의 힘을 결집해 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힘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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