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100원 선에서 유지될 듯

‘최근 환율 급등과 향후 판단’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신한금융투자 이성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최근 환율 급등과 향후 판단’을 선정했다. 오랜 기간 달러당 1000원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설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최근 환율 급등은 국내외 5가지 요인의 합작품이다. 먼저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에 대한 매력이 낮아진 게 첫 번째 이유다. 올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국채와 엔화, 스위스 프랑화, 금 등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또 유럽계 금융회사의 한국에 대한 투자 및 대출금 회수 우려 때문이다.

국내적으로는 가계 신용이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점도 환율 불안의 주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2분기 말 현재 가계 신용 잔액은 876조3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가계 대출이 826조 원, 판매 신용이 50조3000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가계 신용의 기록 경신 행진은 가계 대출의 빠른 증가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계 신용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은 2003년 카드 사태를 떠올리며 국내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밖에 미국 및 유럽 경기 둔화, 글로벌 금융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사상 최고 가계 부채 ‘불안 요소’

이제 관심은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모습을 그릴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리스크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율은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거 외환위기 상황과 크게 달라진 현재의 금융 여건과 우리의 대응 능력에 비춰 볼 때 과거 1998년의 외환 위기나 2008년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의 외환위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첫째, 외환 대응 능력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나 리먼 사태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다. 둘째, 은행의 건전성 및 외화 차입 여건이 향상됐다. 셋째, 국내 주식 및 채권 등 증권시장에서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넷째, 유로존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의 상장 주식 보유액이 줄어들 소지가 있지만 상장 채권 보유액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섯째, 리먼 사태 이후 정부가 외환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많이 보강했다. 여섯째, 가계 부채는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경상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2009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2년 연속 하락이 예상된다. 일곱째, 유로존 재정 위기 완화를 위한 글로벌 공조가 최근 강화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환율은 1200원 선을 상단으로 당분간 1100원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일시적 수급 악화로 1200원 선을 넘더라도 기간은 단기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국 간의 국제 공조가 강화될 예정인 가운데 문제의 상당 부분이 이미 드러나 있다는 점, 우리 수출 경쟁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환율은 연말로 가면서 1100원 선 하향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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