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Ⅴ] “K-팝 열풍은 오랜 노력의 결과”

홍승성 큐브엔터테인먼트 대표 인터뷰

1990년 대영AV 매니지먼트 책임자로 가수 이예린·박기영·김동률 등을 매니지먼트했으며 2001년 이후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거쳐 2008년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설립,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소속 가수로는 포미닛·비스트·지나 등이 있으며 2010년 제25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제작자상을 받았다.


최근 저서 ‘지금 멈추면 스포트라이트는 없다’를 펴내기도 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K-팝(POP) 열풍 뒤에는 지금의 기반을 만든 이들이 있다. 일찌감치 미국에 진출한 JYP의 박진영을 비롯해 SM의 이수만, YG의 양현석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이가 바로 큐브엔터테인먼트 홍승성 대표다.

박진영을 만나 2001년 JYP를 설립한 후 대표를 맡아 원더걸스·2PM·2AM 등이 성장하고 데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이가 바로 그다. 2008년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세운 후 포미닛·비스트·지나를 발굴,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는 오래 전 K-팝의 해외시장 성공 가능성을 보고 달려온 K-팝의 산증인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 지금의 K-팝 열기는 한때의 바람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K-팝 한류가 연일 이슈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건 어느 정도입니까.

뉴스에 보도되는 것처럼 대단합니다. 아시아에서는 그 이상으로 열풍이 더 셉니다. 팝스타보다 K-팝 스타가 훨씬 인기가 많을 정도예요. 아시아에서는 K-팝이 중심이고 전 세계로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죠. 앞으로 엄청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팝스타들이 전용기를 타듯이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올 겁니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전파가 가능해졌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활성화로 해외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 것도 주효했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곡가·제작자·아티스트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K-팝 작곡가들의 수준은 세계 유명 작곡가들과 견줄 수 있는 실력이고 제작자들의 연출력,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박진영 씨만 해도 미국 작곡가들과 협업을 많이 하는데 그건 박진영 씨가 그들과 같은 수준에 있다고 봐야 해요. 우리 큐브도 그렇지만 요즘에는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많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아예 해외시장을 공략, 유럽이나 미국 작곡가들과 접촉하는 경우도 많아요.

제작 현장에서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나요.

사실 1980~199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는 외국 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어요. 1990년대는 국내 음반 시장이 가장 호황기였는데 당시엔 음반이 100만 장, 200만 장씩 팔리곤 했죠. 이 작은 나라에서 그 정도 판매량은 정말 엄청난 겁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뜻하죠.

내수 시장이 작다 보니 음반 업계도 1990년대부터 ‘개방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고민들을 했어요. 1990년대를 거쳐 롱플레잉(LP)에서 콤팩트디스크(CD)로 넘어갈 당시 음반 시장 관계자들은 ‘이게 마지막이다, 더 이상 다른 시장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음원 시장이 열리면서 6000억 원 이상이었던 음반 시장이 600억 원으로 바닥을 친 겁니다. 해외시장을 준비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어요. 그렇게 10여 년을 준비했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K-팝의 해외 진출이 성공할 수 있다고 본 건가요.

과거에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한 한류 열풍이 있었잖아요. JYP에서 비를 프로듀싱하면서 음악으로도 아시아 시장을 어느 정도 점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 60%가 아시아인인데, 아시아를 잡으면 당연히 월드 스타도 탄생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비를 통해 꿈이 현실이 됐고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의지와 열정이 생겼죠.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시장 등이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벽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 가능성을 보고 2000년대에 박진영 씨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겁니다. 먼저 프로듀서 간 자체 교류가 이뤄져야 아티스트의 진출이 쉬워진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 판단이 맞았고 결국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성공했어요. 방법은 다 다르지만 SM과 YG 등도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어요. 물론 서로 협력하는 부분도 있었고요.


K-팝의 열풍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끼치는 영향도 클 텐데요.

K-팝이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그만큼 국내시장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많아요. 이동통신사와 유통사 등에서 제작자들에게 돌려주는 분배율이 너무 낮아요. 제작자들이 재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는 거죠.

그나마 해외에서의 로열티가 몇 년 사이에 몇 백% 올랐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겁니다. 가령 한 나라에 음반이 5000장씩 나간다고 하면 10개국이라면 5만 장이 판매되는 거죠. 움직이지 않아도 콘텐츠가 팔리는 시대가 된 겁니다. 음반이나 음원보다 외적인 수입이 더 커요. 해외에서 이뤄지는 광고(CF)·이벤트·콘서트 등 로열티가 엄청나게 창출되고 있죠.

그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국내에 대거 들어오고 있어 K-팝으로 국가 브랜드와 국내 기업 브랜드들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도 해외 공연할 때 국가나 기업의 지원이 미약한 수준이에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인 일본은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의 비중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국내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해요.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죠. 아직은 국내 매출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일단 해외에서 ‘대접’받는 스타급이 됐을 때는 6 대 4 정도로 해외 비중이 높아지죠. 그런데 앞으로는 더 쏠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외 로열티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되면 제작자로서는 당연히 해외에 투자하는 게 맞는 거죠.


지금의 K-팝 열풍이 앞으로는 어떤 양상을 띨 것으로 기대하나요.

한때의 바람이나 유행은 아닌 것 같아요. K-팝이 하나의 브랜드로 정착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월등히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나올 겁니다. 전 세계를 통 틀어 우리나라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어디에도 없거든요. 제작자·작곡가·아티스트가 오랜 시간 철저히 준비하고 대비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빨리 갈 수 있는 거죠.

연습생을 거치는 아이돌 시스템도 하나의 조기 교육입니다. 규제만 하려고 하면 성장하는데 힘들어질 수 있어요. 오랜 개발을 거쳐 만들어낸 트레이닝 시스템이죠. 시스템 자체가 수출될 수도 있겠죠. 실제로 우리 회사만 해도 중국 아이들이 여기 와서 트레이닝을 받고 음악 프로듀싱까지 마친 후 현지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요.


큐브엔터테인먼트는 SM·YG·JYP 등과 달리 단기간에 메이저 제작사로 올라섰는데요.

큐브는 2008년에 설립됐는데 그 사이 엄청난 성장을 한 게 사실입니다. 올해 매출만 해도 지난해 대비 100% 신장했고요. 큐브의 역사는 짧지만 저는 20년 넘게 음반 업계에 몸담으며 호황기에서 바닥까지 다 거쳤고, 특히 JYP에서 10년간 대표로 재직하며 노하우를 많이 쌓았죠. 요즘은 콘텐츠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졌는데, 2차 수입 창출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갖춘 좋은 인재들이 음반 업계에도 많아졌어요. 저도 언젠가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씨처럼) 프로듀싱만 담당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아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미주·남미·유럽 등 세계적으로 큐브 아티스트들의 공연 요청이 많은데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비스트는 내년 2~3월에 월드투어를 할 예정이고, 그 사이 큐브 소속 아티스트들이 함께 하는 큐브유나이티드 공연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지금의 아이돌 위주의 K-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해외시장에 진출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