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Ⅱ] 그들만의 좌충우돌 창업 스토리

떠오르는 벤처 스타 CEO 16인 심층 설문 조사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것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뿐만이 아니다. 시련을 거듭하며 도전 정신 하나로 맨땅에 부딪쳐 사업을 일궈나가고 있는 벤처기업 군단의 보이지 않는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벤처기업들의 총매출액은 삼성전자보다 훨씬 많은 200조 원을 넘었다. 선도 벤처인 1000억 원 매출 벤처 기업만 이제 315개에 달하고 이들의 매출만 60조 원이 넘는다. 매출 1조 원이 넘는 벤처도 4개나 된다.

이제 벤처는 대기업과 함께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쌍끌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고용이 감소한데 비해 벤처는 국가 경제 성장은 물론 고용 확대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불과 자본금 몇 천만 원에 직원 3~5명으로 시작해 수 천억 원 매출의 벤처로 성숙되기까지 창업자가 겪어야 할 시련은 산처럼 많다. 이제 막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진입한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창업한 16명을 통해 그들의 기업가 정신과 사는 법을 들어봤다.

그들은 젊은 나이에 창업에 도전해 업계 바닥에서부터 비즈니스를 일궈 이제 성공적으로 시장에 상품과 서비스를 진입시킨 벤처의 슈퍼 루키들이다.

16명의 떠오르는 스타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은 24~43세의 연령대로 지금의 비즈니스를 창업한 지 1~2년도 채 안 되지만 각자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무기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과거(?)가 있는 CEO들

이들 16명은 벤처를 창업하기 전 다양하고 독특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16명 중 많은 수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에 몸담고 있었지만 창업의 꿈을 키워나가며 결국 뛰쳐나와 창업을 시도했다. 일부는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도전해 3~4번의 실패를 맛본 이도 있고 다른 일부는 현재 학생이지만 창업 성공의 꿈을 이룬 이도 있다.

아블라컴퍼니의 노정석(35) 대표의 경력은 화려하지만 시련도 많았다. 그는 대학 시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해커로 1996년 ‘카이스트-포항공대 해킹 싸움’의 주동자였다. 당시 카이스트 컴퓨팅 동아리 ‘쿠스’의 회장이었던 노 대표는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그는 SK텔레콤·구글코리아 등 대기업 근무 경험뿐만 아니라 3번이나 벤처를 설립했다가 망한 경험도 있다. 그는 사업가가 해봐야 할 3가지 경험을 다 해봤다고 말한다.

창업 기업의 기업공개(IPO), 사업 실패,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이 그것이다. 그리고 4번째 창업한 회사가 아블라컴퍼니로 자영업자를 위한 지역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테이블K’ 서비스를 선보였다.

젤리버스의 김세중(32) 대표도 재학 시절부터 3번이나 창업에 도전해 항상 사업에 남다른 비전과 소명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연세대 재료공학과를 다니던 김 대표는 고객관리(CRM) 아이템으로 창업했을 뿐만 아니라 2002년쯤 홍대의 한 클럽을 인수해 운영하기도 했다. 졸업 후 넥슨에서 게임 디렉터로 일하다 젤리버스를 창업하고 사진 촬영 및 편집 앱 ‘큐브로’를 내놨다.

바닐라브리즈의 한다윗(36) 대표도 학창 시절부터 뛰어난 사업가 기질을 보였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시절 PC통신을 통해 일제 노트북에 들어 있는 MS오피스 번들 CD를 2만~3만 원에 구입해 일본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1만5000~2만2000엔(23만~33만 원)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졸업 후 야후 미국 본사,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를 길렀고 2006년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개발사 바닐라브리즈를 창업했다.



연예인과 함께 여성용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고 강아지·고양이·파충류 등 반려동물 분양 사업을 하는 등 전공과 관계없는 독특한 사업을 한 이도 있다. 아이쿠의 김호근(34) 대표는 컴퓨터 공학도였지만 크고 작게 인터넷 비즈니스를 몇 가지 하면서 창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멀티미디어와 관련해 팟 캐스팅 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이쿠를 창업했고 현재 KT와 제휴, 생방송 서비스 올레온에어를 운영하고 있다.

노매드커넥션의 이경준(37) 대표도 포항공대 재학 시절 ‘플러스 보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보안과 관련된 책을 공동 집필했다. 이후 한국의 1세대 보안 회사인 시큐어소프트에서 근무하다 포항공대 동기인 전종환 노매드커넥션 이사와 시큐어소프트를 나와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모바일 미디어 플레이어 ‘짐리’를 출시했고 현재 전 세계 166개국 이상에서 10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음소시어스의 박희은(26) 대표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후 NC소프트의 글로벌사업팀에서 근무하다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자기 일을 해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에 온라인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을 내놓았다. 미국은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이를 만큼 큰 시장인데 비해 한국은 아직 이러한 서비스가 없었다는 것이 창업을 결심한 동기였다.

위스캔의 이태호(43) 대표는 SK텔레콤·KT 등에서 사업팀장을 맡았었다. 하지만 일하면서 개발한 소중한 아이디어와 서비스가 출시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 창업했고 인식 기술을 토대로 한 명함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위스캔’을 내놓았다.

NHN에서 게임 개발자였던 선데이토즈의 이정웅(28) 대표도 비슷한 사연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의사결정 구조나 커뮤니케이션 이슈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많은 장애가 됐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셜 게임을 개발, 국내 최초로 100만 명의 이용자를 기록한 아쿠아스토리를 비롯해 ‘정글스토리’, ‘사천성’ 등 6개 게임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NHN 출신파와 학생 창업파로 나뉘어

벤처 CEO 16명의 경력을 들여다보니 특이한 공통점이 있었다. 16명 중 5명이 NHN 출신이라는 것이다. 포도트리의 이진수(39) 대표는 프리챌 사업부 부장과 IBM BCS 컨설턴트를 거쳐 NHN에 입사, 글로벌 사업기획 그룹장, 전략·마케팅 그룹장, 광고상품기획실 실장, 네이버마케팅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6년간 몸담았다. 그리고 2010년 카카오의 부사장으로 일하다 포도트리를 창업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 편집광적으로 교육 사업에 심취해 1000페이지에 달하는 교재를 만들며 교육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창업의 토양이 됐다. 포도트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용 교육 앱을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퓨쳐스트림네트웍스의 신창균(41) 대표도 NHN 출신이다. 신 대표는 LG카드를 거쳐 NHN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사업개발팀 팀장, 중국TF 경영지원실장, NS차이나 중국본부장 등을 맡았었다. NHN에서 쌓아 온 경험을 기반으로 창업을 결심하고 모바일 광고 플랫폼인 ‘카울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퓨쳐스트림네트워크를 설립했다.

NHN 출신 창업자는 한 명 더 있다. 스픽케어의 심여린(31) 대표는 CJ홈쇼핑과 NHN에서 6년간 직장 생활을 했다. 그는 평소 한국의 영어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영어 공부의 흐름은 스피킹 중심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이자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전화 영어 서비스를 개발했던 이비호 현 스픽케어 부사장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영어 회화 교육 전문 사이트 ‘스픽케어’는 이렇게 태어났다.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36) 대표 역시 NHN을 거쳐 네오위즈와 이모션에서 디자이너로 10년 동안 일했다. 김 대표는 NHN 재직 시절부터 배달 관련 정보를 집대성해 서비스하겠다는 구상을 해 왔고 창업을 고민하면서 실력 있는 앱 개발자를 찾았다. 마침 친형들이 모두 엔지니어여서 4형제가 모여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했다.

나머지 5명은 직장 경력은 거의 없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창업한 아카데미파다. 16명 중 최연소 CEO인 모글루의 김태우(24)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학부를 마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한 상태에서 사업을 준비했고 2학기 때부터 휴학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섰다. 학부 마지막 학기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하게 돼 그곳에서 실리콘밸리의 많은 창업자와 투자자를 만난 것이 그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모글루는 누구나 인터랙티브한 전자책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엔써즈의 김길연(35) 대표도 카이스트에서 공학 박사과정 중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2000년께 음성 인식 회사를 공동 창업했지만 5년 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다시 창업에 도전해 동영상 검색 서비스 및 광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엔써즈를 창업했다.

애드투페이퍼의 전해나(25) 대표는 아직 대학생이다.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학과에 다니는 전 대표는 2009년 ‘캠퍼스 CEO’란 수업을 들으며 창업의 영감을 얻었다. 출력물의 빈 공간에 배너 광고를 넣고 광고주는 출력비를 광고료로 후원한다. 그 덕분에 대학생들이 무료로 출력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애드투페이퍼를 창업했다.

마지막으로 퀵켓의 장원귀(30) 대표는 2008년 서강대 미디어공학 석사학위를 마치고 병역 특례로 아이디스란 기업에서 전문 연구 요원으로 지내던 시절 창업을 결심했다. 이때 영상을 기록해 감시하는 DVR(Digital Video Recorder) 기술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다. 대체 복무를 마치자마자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동기 장영석 이사, 후배 김현석 이사와 함께 창업을 시도했다. 기존 온라인의 중고장터를 스마트폰으로 옮겨와 빠르게 제품을 올리고 검색할 수 있는 ‘번개장터’ 서비스를 내놨다. 올 초부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이 앱은 현재 28만 건에 달하는 물건이 등록돼 있고 앱 자체도 20만 건이 넘게 다운로드 됐다.



‘30대 후반 저축으로 모은 돈으로 창업’

16명의 CE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30~35세 사이에 창업한 이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5~40세 때 창업이 4명이었다. 20대에 창업한 이도 4명이었고 40대에 창업한 이는 1명이었다. 어느 정도 직장 경력을 바탕으로 한두 번의 창업 경험도 있을 수 있는 30대 후반이 창업에 적절한 연령대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창업 준비 기간에 대한 질문에서는 16명 의 절반이 1년에서 1년 6개월 미만이 걸렸다고 답했다. 6개월에서 1년 미만 동안 준비했다(3명)는 답이 다음으로 많았고, 1년 6개월에서 2년까지, 2년 이상이라고 각각 2명씩 답했다. 6개월 미만의 짧은 기간 준비하고 창업한 응답자(1명)도 있었다.

창업 자본금의 규모는 크게 2부류로 나뉘었다. 1000만~5000만 원 사이가 5명이었고, 1억~5억 원 규모도 5명이었다. 1000만 원 미만의 소자본 창업이 1명, 5억~10억 원 1명, 10억 원 이상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이(1명)도 있었다. 그리고 창업할 때 작게는 2명 많게는 8명의 직원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그러면 창업 자본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물었다. 16명 중 절반이 저축으로 모은 돈으로 자본금을 충당했다고 답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가족 등 지인으로부터의 투자가 3명, 엔젤 투자자 등 펀딩이 3명, 그리고 정부 지원, 이전 운영한 회사의 이익금, 저축 외 자산 등 기타 응답이 3명 있었다. 대출을 이용한 이는 1명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16명의 CEO 중 경영학과 등 기업 경영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공부한 이는 31.25%에 달했다. 나머지 68.75%는 특별히 경영학이나 CEO 과정을 공부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