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Ⅲ] 은행계 PB센터 vs 증권계 WM센터
입력 2011-10-04 17:17:35
수정 2011-10-04 17:17:35
장벽 무너지자 ‘영토 전쟁’ 본격화
흔히 ‘예금은 은행’, ‘주식거래는 증권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PB센터도 ‘안전자산’ 위주로 하면 은행계 PB센터, ‘투자자산’ 위주로 하면 증권계 PB센터를 이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전통적으로 PB 업무를 하던 은행에 증권계(증권사 계열) PB센터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증권사 중에 거액 자산가만을 위한 특별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대개 증권사는 은행계 PB센터와 구분하기 위해 ‘WM(Wealth Management: 자산운용)센터’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프라이빗뱅크(PB)에는 ‘은행’을 뜻하는 ‘뱅크(Bank)’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아예 ‘SNI’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특별하고 고급스럽고 똑똑한(Special Noble Intelligent)’이라는 뜻과 ‘삼성과 나(Samsung & I)’라는 두 가지 뜻으로 풀어쓸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은행계 PB센터에 비해 증권계 WM센터는 2009년 삼성증권이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에 지점을 내면서 뒤늦게 시작됐다. 미래에셋증권도 2009년 12월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WM센터 1호점을 냈다.
현재 삼성증권은 강남파이낸스센터 외에 호텔신라·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파이낸스센터·갤러리아백화점 등 5곳의 SNI센터를 두고 있고 미래에셋증권은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센터원(을지로)·강남파이낸스센터의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는 증권계 WM센터는 대개 2년 이내에 오픈한 것들이다 보니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현대식 호텔 로비처럼 호화롭다. 후발주자로서 은행 고객들을 유치해야 하다 보니 은행계 PB센터에 비해 공을 들이게 된 것이다. 반면 은행계 PB센터는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데다 인테리어가 다소 수수한 편이다.
2009년 말 증권사들 PB 업무 가세
수십억 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거액 자산가들은 대개 자산을 늘리기보다 지키면서 ‘정기예금 금리 플러스알파’의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에 자산의 50~70%를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 그러다 보니 2000년대 중반까지 거액 자산가의 주거래 금융회사는 은행이 되어 왔다.
그러나 2007년 펀드 열풍 이후 거액 자산가들도 ‘투자자산’이라는 것에 눈을 떴고 부동산·정기예금·신탁 외의 고수익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증권사들 또한 거액 자산가만을 위한 특화된 점포를 기획하기 시작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잠시 주춤했다가 2009년부터 점포를 늘리기 시작한 것이다.
후발 주자인 증권계 WM센터들은 은행계 PB 고객을 ‘모시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까. 한 증권계 WM센터 관계자는 “예금에 대부분의 자산을 취급하는 부자라면 굳이 PB센터에 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일반 은행 지점에 가면 초특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 PB센터에서는 평범한 고객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자산의 운용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증권사가 상품도 다양하고 또 상품이 출시되자마자 곧바로 접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고 어필하고 있다.
정기예금을 대체하기 위한 안전 자산의 포트폴리오도 나름 갖췄다. 장기국채·지방채처럼 부도의 위험이 거의 없는 금융 상품을 안전성 위주로 운용하고 여기에 우량 회사채로 조금의 수익률을 더하는 등의 포트폴리오다. 한마디로 순수한 정기예금은 지점에 넣고 투자자산은 증권계 WM센터를 이용하라는 식이다.
삼성증권 5개, 미래에셋 3개 운영
반면 은행계 PB 관계자는 “지점에는 아무래도 담당 직원의 잡무가 많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만 전담할 수 없고 PB센터에 비하면 전문 지식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자산운용만이 아니라 정보를 접하는 측면에서 일반 지점과 PB센터는 질이 다르다. 또한 증권사는 아무래도 공격적 자산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은행계 PB의 장점으로 대출을 들 수 있는데 부자들은 대출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우대금리가 가능한 은행이 매력적”이다. 대출과 관련해 증권계 WM 센터 관계자는 “수십, 수백억 원을 가진 거액 자산가가 대출이 필요하면 얼마나 필요한가. 사업상의 대출이라면 기업금융 부서가 따로 있는데 PB 고객이라고 특별대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은행계 PB센터와 증권계 WM센터가 영역이 겹치다 보면 결국은 고객도 겹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영토 전쟁’으로 이어진다. 올 3월 삼성증권이 서울파이낸스센터에 SNI 지점을 오픈하면서 같은 건물에 입주한 신한은행 PB센터의 PB 직원 3명을 영입하면서 불거진 갈등이 영토 전쟁의 첫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같은 빌딩의 타 회사로 이직한 PB 직원에 대해 ‘같은 건물 내에서는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소송을 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만약 일반 지점처럼 PB센터에도 은행과 증권사라는 전통적 역할 구분이 여전히 존재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